꿈을 포기한 이후, 내 삶은 자연스레 ‘직업’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련의 인생 루트에 순순히 탑승했다. 남들이 짜 놓은 인생 계획대로 살아가면 순탄할 것이라고 믿었다. 꿈을 꿨을 때 느꼈던 설렘과 열정은 사라졌지만, 일상이 주는 안정감과 평온함에 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꿈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엄마가 된 후, 나를 위한 시간은 사치였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집안일과 육아, 친정과 시댁의 대소사까지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는 끝나 있었다. 내 안에 남아 있던 여유와 에너지는 바닥이 났고, 일상은 점점 무료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육아가 힘들어 찾은 독서 속에서 “엄마도 꿈을 꿔야 한다”는 문장을 만났다. 처음엔 놀라웠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꿈을 꾼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한 시간조차 부족한데,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건 이기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 속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마음을 두드렸다. 아이의 자립을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아이에게서 자립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고민은 깊어졌고, 독서의 양도 함께 늘어났다. 육아서에서 심리서로, 심리서에서 자기 계발서로.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지?
내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였지?
태어나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나는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깨달았다. 육아의 핵심은 ‘아이’를 아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나’를 아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건강하고 단단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이 이제야 가슴 깊이 와닿았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글을 남기면서 나는 점점 나를 키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책과 함께하는 하루가 익숙해졌고, 나 자신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서 작은 싹처럼 올라온 또 하나의 꿈,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용기를 내어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감사하게도 합격했다. 그러나 합격 이후 글을 이어가지 못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습관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깨달았다. 나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아이와 같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를 글 쓰는 환경에 데려다 주기로 결심했다.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단 한 편의 글도 완성하지 못한 채 3개월이 지나가버렸다. 좌절감과 불신에 사로잡혀 다시 일상이 흔들렸다.
그러던 중 온라인 독서모임 독기를 휘두르다를 통해 전자책에 도전할 기회를 만났다. 이번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라도 끝까지 가보자, 그렇게 다시 시작한 글쓰기는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 나를 지지해 준다는 것, 함께 꿈을 향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큰 힘이 되는구나. 매일매일 상상했다. 작가가 된 나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나의 모습을.
오랜 시간 돌고 돌아, 나는 다시 꿈 앞에 서 있다. 아이를 통해 잃었던 나를 찾았고, 그 안에서 다시 만난 나의 꿈.
나의 꿈은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