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by 고니비니SN

임신과 출산은 내게 모든 것이 새로웠다. 그야말로 매일이 공부이자 숙제였다. 처음 겪는 감정과 경험들이 나를 압도했다. 그 시절 나는 정답을 간절히 원했다. 누군가 내게 명확한 길을 제시해 주기를 바랐지만, 어느 누구도 확신에 찬 답을 건네주지 않았다. 심지어 세 아이의 엄마였던 친정엄마조차 30년의 세월 앞에 자신의 경험을 쉽게 전달하지 못했다. 사실,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엄마의 육아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서른하나의 결혼은 사회적으로는 조금 늦은 듯했지만, 내 주변에서는 빠른 편에 속했다. 결혼 5개월 만에 찾아온 임신은 예상치 못한 축복이자 혼란이었다. 임신과 육아에 대해 물어볼 친구조차 마땅치 않았다. 내 안의 답답함은 쌓여만 갔다. 해결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결국 서점으로 향했다.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를 구입했다.


임신 초기, 하혈로 인해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그 긴 시간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허비했다. 책을 읽을 생각조차 못 했던 것이 지금 와서야 아쉽다. 이후 책장을 넘기며, 나는 조금씩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성장 과정, 출산의 현실, 육아에 필요한 준비들을 읽어가며 기도했다.


책에 의지했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의 시작.

그러나 아이는 책처럼 자라주지 않았다. ‘통잠’을 자야 할 시기에도 아이는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엄마 아빠의 품이 가장 편한 듯 늘 품에서만 잠들었다. 이유식 시기가 되자 [닥터 맘 이유식]을 구입했다. 정해진 분량대로 정성껏 만들며 책이 말하는 이상적인 육아를 실천하려 애썼다. 다행히 아이는 잘 먹어주었지만, 육아는 결코 책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맸던 ‘정답’은 책 속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책은 어디까지나 가이드였다. 진짜 답은 사색을 통해 얻어야만 했다. 문자로만 받아들이는 독서는 한계가 있었다. 내 삶의 답을 찾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책에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어느 날,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다시 시작된 독서의 여정은 전과 달랐다. 이번엔 정보가 아니라 위안이 필요했다. 육아의 무게에 짓눌리던 내 마음을 책이 감싸주었다.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안도감을 얻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은 크나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정독하며 메모하고, 사색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아이와의 시간도 변했다. 함께 읽고, 함께 낭독하며, 함께 느끼는 시간이 우리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었다. 아이가 학습한 내용을 달력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다이소에서 플래너를 구입하여 더 구체적으로 2년 동안 아이의 학습 내용을 기록했다. 아이가 3학년이 되고 나서부터 아이 스스로 학습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다. 책은 아이와 나의 삶을 하나하나 바꾸어 놓았다.


모든 사람의 조건은 다르기에, 책 속의 정답이 곧 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간절함으로 찾은 책들은 결국 나만의 해답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느 날 문득, ‘정답이란 과연 존재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질문은 내게 더 많은 책을 열게 했고, 책 속에서 나만의 길을 발견하게 했다.


이제 나는 책을 통해 꿈꾸는 법을 배웠다. 나와 같은 길을 걷던 엄마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은 용기를 얻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묵묵히 걸어갈 힘을 얻었다.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친구도, 남편도 줄 수 없던 위로를 책은 내게 주었다. 독서는 이제 내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로 살아가기 위한 작고 단단한 노력으로 습관들을 만들어간다. 아이와 독서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도 함께 자라나는 기쁨을 느낀다. 책을 통해 나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이 바로 내가 진짜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책 속엔 무수한 멘토들이 있다. 엄마, 친구,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건넨다. 책장을 한 권 한 권 채워갈수록, 내 인생도 함께 채워졌다. 오늘도 나는 책 속에서 해답을 찾아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 여정의 끝에, 누구보다 나다운 내가 있을 것임을 믿기에, 나는 오늘도 책과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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