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함께라는 계절

by 고니비니SN

장마가 지나갔다던 날씨예보가 무색하게,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한다. 무더운 여름의 더위를 시원한 빗줄기가 씻어주길 바랐지만,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같은 빗소리는 오히려 집안 가득 습기만 남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비가 오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아직 여름은 두 달이나 남았다. 하지만 지쳐가는 몸과 마음은 벌써 가을을 기다리는 눈치다. 그런 여름 한가운데, 아이의 여름방학이 성큼 다가온다. 방학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쯤이면 내 마음은 분주해진다. 마치 도서관의 책을 반납하듯, 혼자만의 시간도 곧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얼마 남지 않은 조용한 시간을 더 알차게, 나답게 보내고 싶어진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글을 쓰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머릿속은 투두리스트로 가득하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잘 정비된 기계처럼 몸은 계속 움직인다. 그렇게 나는 벌써 네 번째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아이에게 여름방학은 설렘 그 자체다. 하루라도 빨리 방학식을 하길 손꼽아 기다리며, 방학이 되면 엄마랑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웃어주었지만, 속으로는 ‘엄마의 혼자 시간은 40일 동안 사라졌어’라는 말을 꾹 삼켰다. 웃음으로 아이의 기대에 부응한다.


아이와 엄마의 여름은 참 다르다. 아이는 단순히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들뜨지만, 엄마는 치밀한 계획표를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신나게 놀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과, 부족한 과목을 보충해주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는 아직도 방학 계획표를 완성하지 못했다.


며칠 전, 아이에게 물었다. “왜 방학이 좋은 거야?”

나는 ‘공부 안 해서’라는 대답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이는 해맑게 말했다.
“엄마, 아빠랑 매일 붙어 있을 수 있어서 좋아.”
그 말에 아이의 마음은 유리구슬처럼 투명했고, 나는 괜히 미안해졌다.


정답 없는 삶 앞에, 정답 없는 여름방학이 또 이렇게 시작된다. 아이는 우리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하는데, 나는 그런 아이를 보며 이미 떠날 미래를 상상한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가 아이와 함께한 이 날을 그리워할 것이다.

아이와 함께 보낸 이 여름날을, 아이의 웃음이 머물던 이 시간을.


바빠지는 나의 여름방학. 하지만 동시에 아이의 웃음을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잔잔한 빗소리 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나를 잡는다. 혼자의 시간은 잠시 고이 접어두기로 한다. 다시 펼칠 수 없는 이 계절을,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여름을 가득 채워보기로 한다.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니까.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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