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많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어지다 보니 그냥 우연이라고만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오프라인 모임으로 시작했는데, 이후 온라인 도서모임도 경험해 봤다. 모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아쉬움이 남았다.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인생역전 블로그 단톡방’에서 북크북크 작가님의 글을 보게 됐다. 그 계기로 ‘독기의 힘 1기’에 참가했고, 전자책 글쓰기를 처음 경험했다.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잘 쓰기보다는 일단 쓰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꾸준히 글을 써서 15개의 목차를 채웠다. 매번 짧은 서평글만 쓰다가 장문의 글을 쓴 건 내게 정말 큰 성취였다. 전자책으로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글을 완성해 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였다. 이후 북크북크 작가님을 통해 ‘책과 강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23기 백백 프로젝트에 참가 중이다. 용기를 내어 기수장을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서평 신청을 하기 위해 종종 접속하는데, 우연히 한 릴스 영상이 눈에 띄었다. 책으로 아이를 키운 엄마의 반성 이야기였다. 그 계정을 눌러 피드를 구경하게 됐다. 그런데 피드에서 낯익은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예전에 릴스를 통해 봤던, 9살에 책을 출간한 아이였다. 놀랍게도 나는 그 아이의 엄마 인스타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피드를 보다 보니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 또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확실하지 않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DM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oo 대학 나오지 않으셨어요?”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몇 분 뒤 답이 왔다.
“네. 맞아요. 오오!”
내 기억이 맞았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에 곧장 인사를 전했다.
“선배님, 선배님과 같은 기숙사를 사용했던 03학번 구세나입니다.”
선배는 나를 기억했다. 우리는 빠르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건 선배도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원고를 투고했다고 말했다. 우린 글쓰기와 책육아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었고, 덕분에 이야기는 더 풍성해졌다.
선배는 자신의 아이가 쓴 책을 내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먼저 말해주었다. 책육아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느껴지는 시간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 때가 있었다. 매일 글을 쓰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런 요즘, 우연히 보게 된 인스타 릴스에서 “2025년 7월, 귀인이 나타난다”는 사주 영상을 몇 번 보게 되었다. 농담 삼아 “나에게 귀인이 어디 있어”라며 웃어넘겼다.
그런데 정말 22년 전에 만난 선배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글쓰기와 육아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다니. 문득, ‘혹시 이분이 그 귀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내가 하고 싶은 생각과 바라는 상황들이 점점 현실로 나타난다.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었는데, 이제 그런 일들이 하나씩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내가 계속 간절히 생각해 왔던 방향이었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귀인’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쓰고, 생각하고, 연결되어 조금씩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