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 속에 숨은 선물

by 고니비니SN

결혼 후 10년간 남편은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 후 곧장 집으로 와 가족과 저녁을 함께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저녁식사는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였다. 어린 시절, 그런 풍경을 경험한 적 없던 나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은 그 자체로 큰 위안이었고 소중함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특별함은 점차 익숙함으로 바뀌었고, 익숙함은 곧 당연함이 되었다. 항상 점심 무렵이면 “밥 챙겨 먹었어?”라는 남편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늘 나의 끼니를 챙겼다. 정작 나는 그 따뜻한 배려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다쳤다.

화요일 오후, 야근을 한다는 전화가 왔고 그날도 평소처럼 저녁을 준비해 딸과 식사를 마친 후 딸의 학습을 도와주고 있었다. 퇴근한 남편은 씻고는 조용히 기다렸다가 학습이 끝난 후 웃으며 말했다.


“손을 조금 다쳤어.”

웃는 얼굴에 별일 아닐 거라 여겼지만, 그의 손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오른손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심하게 부어 있었던 것이다. 놀람과 걱정이 뒤섞인 감정은 곧 분노로 변해 쏟아졌다.


“언제 다친 거야? 왜 지금 말해?”

남편은 “미리 말해봤자 걱정만 할까 봐”라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긍정적인 태도는 가끔 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 안에는 늘 나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다음날 함께 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 두 손가락의 뼈가 부러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두 번째 손가락은 깁스로 자연 회복이 가능했지만, 세 번째 손가락은 어긋나 있어 수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마음이 무너졌다. 그런데도 남편은 “괜찮아, 미세골절일 줄은 몰랐네”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깁스를 한 채로도 그는 여전히 회사에 나갔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불편한 기색 없이 웃으며 일상을 살아내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또 하나의 사고가 우리 가족을 덮쳤다.


딸의 수영 수업이 있는 날, “내가 데리러 갈게”라는 남편의 전화가 왔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아 불안해하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 지금 차 사고가 났어.”

그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졌다. 아이까지 함께 있었기에 심장은 더욱 쿵쾅거렸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다치지 않았다는 말에 안도했지만, '차가 많이 다쳤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 남편과 아이는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사고의 충격은 생각보다 컸고, 몸 곳곳에서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남편과 딸은 4일간 병원에 입원을 했고, 나는 오롯이 혼자 집을 지켰다.


마음은 무거웠지만, 오랜만의 자유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금세 공허함이 밀려왔다. 불을 켜놓고 잠을 청해야 했고, 조용한 집은 허전함으로 가득 찼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원했던 자유 속에 내가 진정으로 바란 건,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음을 말이다.


퇴원 후 모든 집안일은 내 몫이 되었다. 딸의 학습을 봐주는 동안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 버리던 남편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랐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매 순간 남편의 사랑과 배려가 녹아 있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다행히 남편의 손은 수술 없이 깁스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계속되는 사고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남편의 긍정적인 마음이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것 같아 감사했다.


이번 일들을 통해 나는 ‘당연함’이라는 단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는 누군가의 노력과 사랑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당연한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누리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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