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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09. 2016

그 여행이 남긴 것들

남인도 여행 후 -

3년간의  관리대상 마지막 검사를 마쳤다.

보건소를 나오면서 찡해져 눈물이 났다.


들뜬 마음으로 남인도로 떠난 3년 전 그 겨울,

나는 두 명의 친구를 잃었고, 우리 나라에서 없어졌다는 장티푸스에 걸려

열 40도를 오가며 생사를 해매다 열흘 째 되던 날 의식을 찾았었다.

힘들 때 내 옆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랑했던 사람과 모질게 헤어졌고,

2달간 입원하는 동안 나의 공백으로 담임을 넘겨 받게 생겼다고 너 그렇게 아프냐며 화를 내던 또다른 친한 샘과도 멀어졌다.

집안에 대소사가 생길 때마다 나는 없었다고, 장녀로서 그렇게 때 되면 떠나야만 하냐고 원망했던 동생에게도 서운함이 쌓였었다.


안온했던 나의 삶, 내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


모든 게 3주동안에 일어난 일로 뒤흔들렸다. 나 혼자만 좋아하고, 나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던가.

퇴원 후 나는 모든 게 서운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여행을 통해 '나'와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얻기 때문이 아닐까.


느긋하게 시간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비행기서 내리자마자 강박증 걸린 애처럼 론니 플래닛에 체크된 곳은 빠듯하게 일정을 짜서 가려고 했다. 여행에서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공정 무역을 해야한다고 했으면서 어떻게든 손해 안보려고-  더 싸게 사려고- 실랑이를 했다.

자연을 좋아한다면서 라오스에선 불도 없고 초자연적 불편함으로 가득 찬 쌩 자연에 기겁하며 여행자들을 위한 도시, 루앙프라방으로 서둘러 돌아왔었다.






 약자를 도와야한다면서 막상 일달러를 외치며 따라오는 아이들에게 질린다는 듯 미소조차 짓지 못했다. 끝까지 따라온 캄보디아의 맨발의 꼬마가 내 손에 네잎 클로버를 쥐어주고 환하게 웃을 때,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울며 고맙다고 고맙다고 속삭였다.  

 가족들에게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가 입원했을 때 여행을 취소하지 않았으며 동생들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있었다. 경청한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다른 생각에 극도의 경계를 하기도 했다. 그것도 자주.


 겸손하다 생각했었는데 우월의식에 빠져 그 보단 낫잖아...라고 생각하는 형편없는 나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고생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난 여행의 끝에 편안함으로 가득 찬 집으로 돌아갈 곳이 있기에, 어쩌면 가난한 이들의 삶의 모습을 내 치기어린 경험의 일부로만 .....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보다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인도여행에서 병에 걸린 건 결국 나였다.

 나에 대해 많은 착각들을 하고 살았다는 걸 여행에서 느꼈다. 일상에서 얼마나 나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살았나. 그리고 그 성찰의 시간을 여행을 핑계로 떠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알고 있던 나와, 그게 아니었던 나의 간극에 대한 성찰.


  3년 동안 여행 생각 없었던 나는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 어떤 목적 의식이 없이 과한 목적부여 없이 - 그냥.

  그냥 그냥 여행을 다니면서 난 뜻밖의 다른 것을 얻게 되겠지. 그리고 알게된 모자라고 부족한 나의 모습을 끌어안고 온전한 '나'로 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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