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가서 배 타고 싶다. 그럼 잠도 자고 책도 읽고 개인 시간 조금이라도 가질 수 있잖아."
다른 때라면 웃고 넘기는 남편이 갑자기 울컥했다.
"나는 내가 집에서 진짜 애 보고 싶다. 승선하면 그냥 편하고 노는 줄 알지? 좀 쉴 수나 있는 줄 알지? 얼마나 겁나는 줄 알아?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해. 수 십명의 사람들, 회사의 재산.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혹시나 그러면 어떻게 하나 얼마나 겁나는 줄 알아? 진짜 배에 타면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검은 바다밖에. 그런데 내가 가장 겁나는 게 뭔 줄 알아? 우리 애들이 나 하선하고 왔을 때 못 알아볼까봐. 지금은 서로 안기려고 하는데 몇 달만에 봤을 때
낯설어할까봐. 그렇게 아빠는 돈 벌어오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까봐. 나 진짜 겁나지만 우리 생각해서 미래 생각해서 다시 승선하는 거야. 고생하는 자기에게 아이들에게 좋은 거 많이 해주고 싶어서. 나 편하게 타는 거 아니야 목숨걸고 타는거야."
겁 난다는 남편의 말에 눈물이 났다. 평소에 대담하고 일을 사랑하는 남편이라 그럴 줄은 몰랐다. 월급이 적어도 되니 공무원이나 육상직 직업을 구해 늘 같이 있자고 했을 때 그의 은사님까지 집으로 찾아와 나를 설득했었다. 그의 책임감과 재능을 운운하시며.
세월호를 보며 자기는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대답이 문득 떠올랐다.
'선장은 살아 돌아오지 못 해. 배에 사람이 있다면 배와 함께 수명을 다해야 해. 그게 명예야.' 허투루라도 꼭 살아돌아 올게란 말 해주면 안되냐고 하자 남편은 말했다.
'난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는 것 밖에 모르는 사람이야. 그 상황에 최선을 다 할게.'
그가 무사히 항해를 하고 올 때까지 휘파람도 불지 않고 생선도 뒤집어 발라먹지 않으며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기다릴 것이다. 내가 그를 선택했으니..별 수 있나. 그를 응원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