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혼자 여행 좀 다녀올게.

by 다다리딩

일상이 재미없게 느껴지고 보람도 없고 짜증이 날 때, 이제는 알지. 내 안에 작은 소란들이 쌓인 거란걸. 내 안의 문제라는 걸. 다친 아들의 무릎에 연고 바르는 걸 거르고 우는 아이를 멍하게 바라 보는 거. 밥하기 귀찮고 거울 안의 내가 멋 없고 초라해 화가 나는 날. 그래서 구석구석 바라보다 한숨 쉬게 되는 날.


'아, 조금 떠나있고 싶다. 떠나서 찬찬히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싶다.' 란 생각이 며칠째 떠나질 않았다. 참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데 몸은 힘들고 마음은 고달퍼졌다. 나를 보살필 때가 왔구나 싶었다. 끝도 없는 살림살이를 잠시 떠나보자, 그렇게 큰 맘 먹고 친정 엄마에게 1박 2일 시간을 달라고 했다. 제주도라도 가야겠다! 마일리지 탁탁 털고 적립금 탈탈 털어 항공권, 숙소 예약했는데 어린이집 수족구가 돌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취소. 여행을 일주일 연기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미술관, 과학관, 도서관을 다녔다. 그러다 또 떠나려 했더니 둘째가 고열. 그 와중에 밤마다 침대에 누워 항공권을 검색했다.


왜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는 어느 정도 비례할까. 조금 멀리 떠나고 싶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안 먹고 싶을 때 안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나의 복직 시기를 앞두고 남편의 귀국 일자가 틀어졌고 나는 맞는 옷도 없고 피부도 엉망이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다. 남편이 그리웠고 슬펐다. 그냥 뭘 하는지 숨가쁘다. 청소하고 아이들 씻기고 놀아주고 음식하고 공과금 내고 요가하고 중국어 배우고...사소한 일상생활은 정말 숨가쁘게 돌아간다.

내가 잘 하고 있나? 사실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친구에게 제주도 멍 때리기 이틀 일정할 건데 추천 해줄래, 라고 문자 보냈더니 저녁 늦게 문자가 왔다. 버스 방향과 숙소, 카페와 맛집까지 자세한 설명을 덧붙여.


아이가 열이 내린 다음 날, 새벽. 아침 일곱시 비행기를 예약했다. 다섯시에 텅 빈 버스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떠났다.

아이들은 잘 지낼 것이다. 그러고 나도 다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하룻밤 떨어져 지내게 되는 것은 처음이다. 4년 만에 혼자 여행에 괜히 눈가가 시큰하다. 모유수유할 때나 보았던 여명이 찬란히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