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글쓰기와 의미부여

by 다다리딩

반딧불이 피어올랐다.

너에게 가는 길이 열렸다.

오래된 거목에서 낡은 풀내음이 피어오르자



어둠 속 빛이 허공에서 강하게 반짝이다,

약한 빛여운을 남기며 다시 숨었다.


나의 마음도 깊은 어둠 속에서 약하게 피어 올라나왔다, 강하게 반짝였다 숨었다, 다시 강하게 반짝였다.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마음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딧불이는 더 강하게 빛무덤을 만들며 하늘로 날아 올랐다.


국민학교 6학년 때 글짓기 대회에 나갔다. 운문부문에 참가했는데 주제가 반딧불이었다. 2시간동안 나는 펜을 돌리며 원고지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어둠 속에 반짝이는 작은 생명들. 반짝반짝 토끼들이 길 잃지 말라고 소중한 등불이 되지요. 폴짝폴짝 토끼들 따라오라고 반짝반짝 반딧불 어여쁘게 빛나지요.'

두 시간을 망설이다 대충 휘갈겨내고 나왔을 때 나는 앞으로 한동안 시를 쓰지 않겠다고,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동시를 쓰기 전 두 시간 동안 나는 이런 고민을 했었다.

- 이제 국민학교 6학년이 되었으니 동시가 아니라 좀 더 어른스러운 시를 지어야할텐데, 동시말고 시는 어떻게 써야하는 것일까. 유치하지 않아야하고, 시행은 어떻게 배열해야 잘 쓰는 것일까. 잘 쓰고 싶은데 도무지 잘 쓰지 못하겠고. 상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그런 두려움과 막막함 사이에서 2시간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망설였었다. 그리고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글을 써서 제출하고 글쓰기에 대한 일말의 자부심을 구겨 던져버렸다. 나는 재능도 없고,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겠고, 노력도 못하겠다. 다른 무엇인가를 찾아 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다른 무엇인가에 재능이 있을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그리고 어른이 되어, 해질 무렵 습습한 논길을 걷다 희미하게 불을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고 그 때의 어린 고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마흔이 되어 다시 같은 소재로 시를 지었다. 이제 나에게 좋은 형식과 잘 쓴 글에 대한 부담감은 더이상 없다. 편하게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수없이 피어오르는 반딧불이 아래서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 친구가 되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고 쓰고 싶은 마음이 가슴 속에 가득 차올랐다. 그 때 너와 친구가 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제는 인정받는 글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에 어느 정도 초연해진 나이가 되었다. 꾸준히 하는 일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아는 나이가 되자 일상을 작가로, 소소한 즐거움을 아는 예술가로 사는 삶을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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