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에 종기같은 것이 났다. 이럴 경우는 피부과에 가야하나? 나이가 드니 별 곳에 별난 게 다나는구나 싶다. 이게 은근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다. 눌러보니 아픈데 그 자극이 은근 중독성 있어 자꾸만 만지게 된다. 거슬리는 뾰로지를 생각하다 엉뚱하게도 A를 떠올렸다. 작은 종기하나도 거슬리고 아픈데, A의 상처는 얼마나 아프고 극복하기 힘들었을까.
첫수업에 들어갔을 때 A의 남다른 모습에 나는 잠시 주춤했었다. 더 많은 공을 들여 너를 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나의 주춤거리는 시선을 너는 맑은 두 눈으로 조용히 정시하였다. 수업에 들어가면 드높은 소란들을 너의 커다랗고 굵은 음성이 잠재어 주었고, 나른한 오후에 나의 뻔한 물음에 대해 너는 성실한 대답으로 수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너는 단 한 번도 졸지 않았고, 어려운 문학이 재밌어졌다고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고 해서 좀 두근거리게 해주었다. 네가 수업시간에 필기하다 놓쳤다며 질문을 하러 교무실에 왔을 때, 나는 너의 손을 가만히 잡고 이렇게 말했다.
- 이 고운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다쳤니, 정말 많이 아팠겠다. 아이는 손을 빼지 않고 수줍어하며 그냥 더듬거리며 어렵게 말했다.
-자다가, 자다가 어떻게 하다보니.......
나는 너의 흉터에 대해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않기로 한다. 너에게 어쩌다 다쳤냐는 말을 묻기보다 너 참 씩씩하게 잘 자라주고 있구나라는 마음을 전하기로 한다. 너는 참 밝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늘 성실하게 공부한다. 그 성실성이 성적과 반드시 직결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사람들에게 너에 대한 믿음을 줄 것이다. 한 여름 너의 몸을 감고 있는 흉터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넌 정말 강하구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할까 신경쓰며 살아온 나와 달리, 너는 당당하게 너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있구나, 라고. 그래서 아이들도 너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아끼고 있구나 하고. 너는 정말 강하구나. 못하는 과목이라도 네가 좋아하니 공부하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걸 보니. 너는 어리지만 네 인생에 작지만 소중한 행복들로 가득차 있다고 말하는 걸 보니. 나는 네가 조금 부럽고, 사랑스럽다. 이 나이 먹도록 평생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을 너는 자연스럽게 알고 있구나. 삶이 어려울 때, 내가 너무 싫어져 숨고 싶을 때 나는 너의 맑고 고요한 눈을 떠올린다. 너는 나를 만나 참 좋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내가 너를 만나 참 좋으다. 참으로 좋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