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동료와 일하는 건, 정말 싫어

엄마, 미안하지만 엄마 딸은 그렇게 착하지 않게 사회생활 하고 있어.

by 다다리딩

아침 인사를 하고 책상에 가방을 놓자마자 그가 씩씩대며 나를 불렀다. 그가 너무 소리를 질러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 흥분하고 있었고 무척 기분 나빠하고 있어서 어쩌면 어제 내가 보낸 쪽지를 읽고 잠도 못자고 아침에 출근하면 뭐라고 말할지 수십, 수백 번 되뇌였을 거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의 업무를 나에게 미루었다. 동의도 없이 쪽지로 자기 부서가 바쁘니 협조를 부탁한다고. 그 업무는 어렵거나 번거롭지 않은 일이었으나 이미 일에 치여 정신없이 내가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 히히덕거리고 징징거리며 놀고만 있었던 그를 돕기 싫었다. 그는 부장이었지만 매번 인원이 감축되었다는 이유를 들며 일을 떠넘겼다. 나는 이건 그 부서 일이고 내 업무가 너무 바쁘니 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바빠서 못하면 못했지 왜 기분 나쁘게 이게 우리 부서 일이 아니라는 둥의 핑계를 대냐며 소리 지르고 나갔다. 그는 명명백백하게 그의 일을 고분고분하게 해주지 않은 것에 몹시 분개했고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아 더 화내는 것 같았다.


그는 결국 자기 할 말만 소리쳐 던지고 나갔다. 그의 불안한 어조와 언짢은 기분이 던져진 것 같아 몸소리쳐졌다.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를 꺼내자 주위 동료들이 말했다.


야, 무능력하고 그저 사람 좋은 줄만 알았는데 성격도 별로 좋지 않네. 샘, 신경 쓰지마. 버린 부서에 버린 부장이야.


그는 화를 냈고 나도 역시 감정이 상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싶지 않았지만 쉽게 마음이 편안해 지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내일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내 눈을 바로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이 그를 무능력하다고 여기는 시선을 두려워하고 있고 본인 일을 미루고 있다는 말에 몹시 못 견뎌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번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그 뻔뻔함을 받아 줄 여유가 정말이지 없었다. 나는 정말 내 일만으로도 숨이 턱에 찬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그 부서 부장도, 부원도 느긋하게 잡담하고 놀고 있는 것을 매번 보며 어떤 불합리함을 자주 느꼈었다. 내가 보낸 쪽지가 어떤 식으로든 그를 상처 받게 할 것이다. 나는 그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었다. 그만 떠들고 제발 본인의 일은 본인이 좀 하라고! 징징거리며 모른척 넘기지 말고.




다른 집은 아파트 하자가 많아 불만이 많은데 나는 무던해서 하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고 엄마가 말했다. 다른 집은 아이들 교육에 엄청 신경 쓰는데 나는 너무 아이들을 지나치게 존중해서 놀게 하고 있다고 엄마가 말했다. 다른 여자들은 아이들 키우면서 몸매 관리도 잘 하는데 나는 게을러서 자꾸 살이 찌니 엄마가 속상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가 무던하고, 무신경하고 그저 사람 좋게 매사 넘긴다고 못마땅해 했다. 좀 똑부러지고 야무지고 예리한 여자가 되지 못한다고 흉을 보고 다녔다.


나는 퇴근 후 옷을 벗어던 지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비로소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 엄마는 정말, 나를 너무 모르는구나.


나는 무던하고 무신경한 성격이 아니다. 예민하고 감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이 너무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쓰여 쉽게 지친다.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느끼고 무엇을 싫어하고 상처받는지 빨리 알아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나를 싫어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인간 관계를 좀 무던히 해두면 업무가 편하다. 사람 사이에 날 선 신경전과 무의미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면 적은 에너지로 나는 좀 더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 못한다는 말, 무능력하다는 말, 모자라면서 성격까지 나쁘다는 말, 나는 그런 말을 들을까봐 온 몸의 감각을 다 세워 일을 해낸다. 그리고 가급적 자주, 의식적으로 웃는다. 그렇게 지내면 집으로 와서 혼자 있을 때 좀 편하다. 나는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안쓰는 타입이 아니다. 사소한 것에 날을 세우면 그 감정을 감당 못해서, 일부러 짐짓 무심한 체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무너저 버릴 것 같았다. 너무나 예민하고 소심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짐짓 넘기며 싸우지 않는 법이었다. 나를 쉽게 지키는 방법은 자주 웃고, 애써 넘기고 되도록 솔직하게 긍정성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모든 자극에 신경썼으면...나는 살아갈 힘이 애초에 소진되어 버렸을 것이다.


엄마는 씻고 좀 눕지, 옷만 훌러덩 벗어놓고 침대에 누워 쳐져 있다고 게으르다고 한 마디 던진다. 엄만 정말 나를 모른다.


나는 그날 무능력하고 성격까지 나쁘다는 말을 그에게 기어이 붙인 나의 매정함에 좀 죄스런 마음이 들어 깊게 잠들지 못했다.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주면 나도 불편해 이러고 마는 인간인 것을.

다음 날 아침..


역시나 그는 나에게 미안하다며 멋적게 웃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사실 그 업무는 자기들의 업무가 맞고 바쁜데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고. 주위 사람들이 피식 웃으며 나에게 눈길을 보낸다. 나는 그에게 얼굴 보고 이야기 했으면 별 것도 아닌데 괜히 메시지가 기분 나쁘게 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는, 너무 예민하다. 그보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