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나 생각하기

by 다다리딩

하원하는 아이들 데리고 곧장 집으로 들어왔는데 온 몸이 눅진하게 젖어 있었다. 장마철이긴 한가보다. 습도가 너무 높다. 에어컨을 틀어 쾌적함을 극대화 한다. 온난화 되어 가는 지구를 생각해서 참고, 전기세 생각해서 참고 하기에 난 너무 많이 참으며 사아왔다. 너무 비가 많이 오는데 우산은 없어 집까지 택시를 타고 왔던 여고 시절, 기본 요금이면 되는데 그날따라 신호가 계속 걸려 택시비는 4,500원이 나왔다. 그 당시 나의 이주일 용돈이었다. 나는 한적한 시골길에 사람도 건너지 않는 눈 앞의 횡단보도와 빨간 신호등을 보며 가슴 졸이다 결국 4천원이 넘는 미터기를 보며 우울이 가슴 끝까지 차 넘쳤었다. 그리고 택시에 내리자마자 막 눈물이 났었다. 그냥 비 좀 맞을 걸, 다 큰 처녀가 비맞으며 옷 달라붙는 게 너무 싫어 용돈을 다 날렸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왜 나는 쿨하고 멋지게 택시도 못타고 계속 올라가는 요금기만 보며 초조하게 살아야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더 나를 초라하게 해서 엉엉 울었었다.


그 시절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마음껏 사줬던 아이였다. 똥이 계속 묻어나는 모나미 볼펜은 왠지 손이 가지 않았던 반면 한 자루 2000원이 넘는 외제펜은 아주 매끈하게 나의 악필도 멋있어 보이게 했다. 그 친구의 필통은 비싼 볼펜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아낌없이 새로 산 펜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었다. 그녀가 나에게 베푸는 선의가 좋았다. 나도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지만 매점 앞에서 계산 할 때마다 나의 마음은 단순한 산수 계산으로 매번 움찔거렸다.


휴, 난 왜이리 돈이 없는걸까. 아끼고 아끼는데 우리집은 왜 매번 돈 때문에 여유롭지 못하고 싸우는 걸까.


대학교 자취방, 냉기가 올라오던 겨울에도 몇 번을 고민해서 난방을 켰고, 데이트 할 때마다 비싼 음식을 먹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나에게는 그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돈이 모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꿈에서 조차 좀 비싸면 망설이고 망설이다 못 사고 돌아서는 내 인생이 좀 불쌍했다.


그리고 자라, 다행히 밥벌이를 하고 있고 자주 통장에 찍힌 그 숫자에 안도하고 있다. 큰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도, 시야도 없다. 내가 더울 때 에어컨 킬 수 있고, 추울 때 난방 할 수 있고, 친구에게 좀 비싼 밥도 사줄 수 있고, 비 오면 택시 타서 창밖도 여유롭게 볼 수 있고, 신호에 걸려도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될 만큼의 돈을 스스로 버는 지금에 만족한다. 이상하리만큼 돈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음은 그냥 나의 기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