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내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일도 있다. 이걸 인정하고 수용해야 해결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혹시 '그냥 살자'는 말을 대충 살자, 적당히 살자는 뜻으로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음을 수용해야 내가 진짜 고민해야 할 일,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신경성 환자들은 쓸데없는 고민이 많다.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매경춘추, 20.10.26. 신영철 소장 )
불안요소가 높아서 힘들었던 지난날, 나는 집중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내가 고민이 많았던가.
참으로 많았다.
불안 요소가 높은 편이었던 나는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곧잘 집중해서 밤잠을 설치곤 했다.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까 봐 엉엉 울며 기다리거나, 밤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심약한 상태로 지냈던 유년기가 있었다.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 무엇 하나에 집중할 수 없이 피로했던 나날이었었다. 결국 불안은 나를 잡아 삼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번번이 미리 좌절했다. 마음이 좌절하면 결과는 그 마음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불안은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약하게 만들었다.
두렵고 자신이 없어지면 폭식으로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했고, 폭식은 습관적인 구토로 이어졌었다. 도서관 화장실에서 내 마음의 바닥까지 쏟아내며 다짐했다.
인정하기로. 나는 잘나지 못했으면서 눈은 높아 불안요소가 높은 거라고.
인정에의 욕구로부터 스스로를 놓아주기로 했다. 너무 심리적으로 지쳐있었던 시기였다.
명상과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됐던 시기였다. 나를 편하게 해 줌으로써, '그냥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자. 단 재밌게 살자.'라는 마음이 싹틀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내가 사회에 나오면서 대충대충 사는 일에도 익숙해졌다.
여유가 생기자 집중의 힘이 자라났다.
집중의 힘은 오로지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가 재밌어하는 일에 몰두하면 딴 걱정할 일이 줄어들었다.
에너지가 그 일에 집중이 되니, 불안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예전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인가,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너무나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옆에서 은메달을 딴 외국 선수가 그를 다독여주며 환한 미소로 시상대에 올랐던 장면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날의 승자는 하나의 일에 사 할을 걸고 몰두해 많은 것을 희생했던 금메달리스트였을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 즐기면서 했던 운동으로 대회에 임한 은메달리스트였을까?
여기 섣부른 대답을 하긴 조심스럽지만, 내 개인적 인생관을 들이밀고 대답을 한다면 (내가 원하는 삶인) 후자이다. 나에겐 애초에 장인이 될 정도의 승부력과 끈기, 저력이 없다. 이건 어느 정도 기질이다. 내가 없는 기질로 최고의 삶을 살려고 할 때 나는 몸도 마음도 아팠다.
어느 정도 내려놓고 즐기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오늘의 딴짓 꽃꽂이
어쩌면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그냥 살자'가 단순히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선택을 하고 불필요한 일에는 관심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에서 죽어라 일해도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이 든다면 재충전할 '딴짓'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것이다.
딴짓의 중요성은 3M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에 잘 드러난다. ‘15% 규칙’은 3M의 혁신을 이끈 기업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원이 업무 시간 중 15%를 자신의 일과와 무관한 개인적인 흥미나 꿈을 키워가는데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이다. 자유로운 휴식이나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독특한 신제품 개발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3M의 개발자인 아서 프라이(Arthur Fry)는 15% 규칙 덕분에 ‘Post-it’이라는 새로운 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15% 규칙의 핵심은 ‘시간’이 아니다. 중요한 점은 ‘자유와 신뢰’다. 회사가 ‘딱 15% 시간만 썼나’, ‘유의미하게 쓰고 있는가’ 감시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구글은 3M의 ‘15% 규칙’을 본떠 ‘20%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직원이 업무 시간의 20%는 자신이 원하는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쏟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구글 초창기부터 시행돼 온 정책으로 구글의 창의적 경쟁력을 낳은 핵심 비결로 평가되고 있다.
집중과 몰입으로만 점철된 삶은 장인을 만든다.
애초에 난 장인이 될 마음이 없고 그릇도 못된다.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고 싶다'
내 하루의 딴짓으로 ‘15% 규칙’을 이용해, 개인적인 흥미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한번밖에 없는 삶을 더 꽉 채워서 재밌게살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흐르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만 사부작사부작 딴짓하는 지금이 참으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