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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04. 2021

삼겹살 데이를 마당에서 즐겨보자!

외손자들이 김밥 먹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나보고 시내에 나가서 김밥거리를 사가지고 오라고 하셨다. 7킬로미터를 운전해서 마트로 나가 김밥 거리를 쇼핑하면서 '3월 3일은 삼겹살 데이', '삼겹살 할인' 문구를 보면서 비로소 오늘이 3월 3일임을 알았다. 세일에 약하니 돼지고기 두 근을 사서 집으로 왔다. 봄바람이 제법 싸늘했고, 해질녘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은 더 서늘하다못해 뼈까지 시렸다.  



우리는 어두워지기 전에 동네 아저씨에게 믹스 커피 한 잔 타드리고 얻은 드럼통으로 만든 고기구이용 통에 나뭇가지를 넣었다. 불을 지폈다. 불은 조용하고 은근히 3월의 저녁에 타올랐다. 시골에 오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가 할 수 있는껏 돕고, 위험한 것은 더더욱 조심하며 자기몫을 해낸다.


불길이 거세지고 철판에 고기를 올렸다. 나는 막걸리를 따라 딱 한 잔 했고, 아이들은 고기를 구워 먹기 바빴다. 아이들의 조그만 볼은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금방 꺼졌다.


고기의 맛보다 자연의 맛이 더 좋다. 서늘한 밤 공기를 상쇄해주는 따뜻한 뗄감의 불길이 좋다. 마당에 어둠이 깔리자 아이들은 너무 춥다고 결국 방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했고 반찬을 날라 따뜻한 아랫목에 상을 펴고 못다한 식사를 이어 나갔다.



아이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끊임없이 먹었고 둥그런 배를 어루만지며 이제 마당으로 나가 술래잡기를 하자고 건의했다. 까짓거 신발만 신으면 가능한 일. 우리는 칠흙같은 밤을 가로지르며  손바닥만한 마당을 원웨이로 달리며 술래잡기를 했다.


아이들은 소리높여 웃었고 뛰느라 추위도 잊은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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