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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r 02. 2021

휴직 첫날, 하루 종일 이웃집 개만 봤다.

3월 2일을 휴직 맘이 보내는 법

 3월 1일은 교사들이 설레서 못 자는 날. 아이들과 첫 만남도 설레지만 얼마나 쌔빠지게 바쁠지 가슴 터져서 못 자는 날이기도 한데 육아휴직을 낸 나는 다른 의미로 가슴이 설레서 못 잤다.


5살, 7살 아들을 위해 시골 라이프를 선택하면서 통합반으로 운영되는 병설 유치원에 아이들을 옮기기로 한 날. 두 아들들이 처음으로 유치원에 입학하는 날이다. 미 시골 작은 유치원에서 5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들 사이에 혼자 새로 들어가야 할 7살 첫째가 유난히 맘에 걸렸다. 낯선 환경을 많이 타고 예민하고 소심해서 혹시나 안 다닌다고 하면 어쩌나 내심 맘이 쓰였다. 원을 옮기겠다고 했을 때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님도 낯가림이 심한 아이가 7살 막바지에 적응하느라 힘들 텐데 어쩌려고 원을 옮기냐고 만류하셨었다.


입학식을 하는 날, 그것도 코로나로 정말 오랜만에 등교하는 아이들과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 아닐까.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같은 가스 레기 말이다.

 아이들은 진눈깨비를 맞으며 발열체크를 하고 의젓하게 입학식을 치렀다. 유난히 예민한 첫째는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며 면전에 대고 말했다.


"너희들이랑 친하게 지낼 거야. 모두 다 친해지고 말 거야."


이미 친한 아이들 주위를 어색하게 맴돌며 몇 번 들으라는 듯 말하자 아이들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오 마이 갓! 저런 적극성이 있는 아들이었던가?


짧은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은 어김없이 옆집 개가 그동안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으러 달려갔다. 아끼는 과자도 먹이며 주인이 주말마다 와서 똥개나 다름없이 지저분한 개를 소중한 친구 대하듯 어루만지고 한참 대화를 한다.


눈은 거세지고 날은 추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그만 가자고 몇 번을 보채도 아이들은 아직 곶감이(옆집 개 이름)랑 놀지 못했다고 한참을 논다.


마당에서 점심을 두 번씩 더 리필해 먹고, 음식 냄새를 맡고 온 길고양이들에게 자신들이 한 숟가락식 남긴 볶음밥을 양보했다.


아이들은 양치질을 하고 또다시 곶감 이를 보러 가야겠다고 집을 나섰다.


휴직하지 않았으면 정신없이 바쁘고 교재 연구로 바빴을 3월 2일이 이렇게 여유롭고 한가롭게 흘러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은 나뿐이다. 계속 마음속에 조급증이 일어 책도 좀 읽었다가 이삿짐도 좀 정리하다가 분주히 굴었다.


실컷 놀게 하리라 다짐하고 내려온 시골살이지만 노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하루 종일 허둥댄 3월 2일이 저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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