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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Oct 13. 2022

너와 나의 연결고리

항해사 가족의 일상 공유 sns

아이들과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간 당신에게


짧은 가족 방선으로 힘을 얻었어요. 상주에서 삼척까지 아이들과 달려와줘서 고마워요.

짙은 그리움이 조금 옅어질 줄 알았는데 봤다고 다시 더 보고 싶어지네요. 그리움은 참는다고 참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달래 봅니다.

사실 당신과 아이들과의 짧지만 행복했던 방선의 기쁨도 잠시였어요. 항해사 가족들이 하선하고  아쉬움을 달랠 겨를 없이 돌아서자마자 긴장감에 심장 박동 소리가 울리지 뭐예요.

 "아, 나 선장이 되었구나. 정신 바짝 차리자."


즉시 출항 준비로 정신이 없었어요. 선교에 오르자마자 출항할 준비로 이것저것 확인하고 점검을 했는데 입항 날 도선사가 준비해 달라는 것을 하지 못해서 결국 한소리 들었지 뭐예요. 한 소리 듣고서 더 정신이 바짝 들었어요. 출항하고 얼마 뒤엔 야간에 묘박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묘박이란 선박 닻을 바닷속에 투입하여 선박을 정박시키는 작업이랍니다. 4년간 준비하면서 많이 봐왔지만 내가 혼자 직접 하는 건 처음이라 무척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되더라고요. 누군가 지시를 내려할 때와 내가 판단하고 단독으로 할 때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지더군요. 오로지 내 책임이니까요.

걱정했던 묘박 작업도 무사히 끝내고 싱가포르 해협 통항도 잘 해냈어요. 싱가포르 통항할 때도 중요 구간에서 선박 간 교통이 꼬여서 하마타면 충돌의 위험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첫 입, 출항, 중요 해역 통과도 첫 업무 수행치고는 잘했다며 스스로 위로도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습니다. 작은 성공의 경험과 스스로 다독이며 멘털 관리를 하다 보면 다음에는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요.

그렇다고 다 순조롭지만은 않았어요. 이제 한시름 놓았다 생각했는데  오늘 정말 마주하기 싫은 상황이 일어났으니까요.

아픈 사람, 다치는 사람만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맹장염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어요.

선장은 어떠한 상황이 돼도 무너지면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의연한 척했지만 속으로 정말 맹장염이면

어쩌지 하고 속이 빠짝 타들어갔어요. 승선 중 맹장염이 왜 위험하냐면 맹장이 터졌을 때 선박이라는 특성상 육상의 도움이나 병원을 바로 갈 수가 없어 환자가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침착하게 환자를 진찰하고 육상에 자문을 구하고 회사에도 초기 보고를 했어요. 아픈 사람이 있으면 당장 병원을 갈 수도 없고 의사도 아닌데 위급성을 진단해서 가까운 나라의 항구를 찾아야 하니 여간 애를 태우는 일이 아니에요.

 환자를 안정을 취하게 하고 상태를 지켜보며 기도했어요. 그가 무사하기를, 내가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기를.  다행히 맹장염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는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늘 일을 겪으면서 앞으로 이보다 어쩌면 더욱 심각한 일도 마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요.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고통을 준다고 하는데 내가 그 정도의 그릇이 과연 될까 스스로

되묻게 돼요.  왕관의 무게를 견디어야 하니까. 부담감과 자기 검열에 옥죄고 있을 때 당신이 보낸 글을 읽고 힘이 났어요.


크든 작든 꿈의 무게를 잘 견디어 볼게요. 힘들 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시간이 곧 약이다라는 말을 상기해요. 오늘을 열심히, 충실히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목표에 도달해 있거나 설령 도달하지 못해도 오늘보다 나은 내가, 우리가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고단하고 힘든 업무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자기 전 당신의 sns를 보아요. sns에 매일 아이들과 당신의 일상을 기록해주어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불안하지 않아요. 오늘도 아이들과 시골에서 평범하고 많이 웃는 일상을 올린 피드를 보며 사랑을 느껴요. 통신이 원활하지 않아 연락은 잘 안돼도 우리는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느끼며 잠이 듭니다. 그래서 참지 못할 정도로 외롭지 않아요. 당신의 글과 SNS에서의 일상을 볼 때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 항상 생각하고 있다고 느껴요.

인도양 바다 위로 부는 바람에서 한국에서 온 공기가 섞여 있지 않을까 싶은 숨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당신과 아이들의 숨이 느껴지는 듯도 해요. 나는 당신에게 나의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오늘은 이렇게 글을 써서 보내봤어요. 당신도 내가 잘 해낼까 마음 쓰고 있을 테니까요. 더불어 sns에 바다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줘요.


아빠는 지금 여기, 인도양 위도 05도14분, 경도 079도 34분 에서 항해하고 있다고. 늘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맡은 임무를 해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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