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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리딩 May 06. 2023

아들의 숙제

아이가 들고 온 숙제는  받아 올림 문제였다.

'아, 얘가 수학을 못 하는구나. 작년에 했던 연산인데.'


어느 순간 하지 않고 있었던 연산문제집을 꺼내

아이와 나는 마주 앉았다.


제법 연산을 하길래, 알아서 하겠지 싶었는데.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내 일에 허우적거려서

내가 열심히 하면 아이도 알아서 열심히 제 할 일 하겠지, 싶었는데.


알아서 하는 일은

언제나 소수의 몫.


그 소수가 아닌 아이,

그 아이의 엄마.


우리는 한 쪽씩 덧셈과 뺄셈을 한다.

아이가 손가락을 펼 때

나는 못마땅함을 숨기지 못한다.


아이의 끙끙대는 모습에서

나의 못마땅함을 본다.


아이의 숙제를 하며

아이가 나의 숙제가 되버린 시간.


아이는 끙끙대다가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버린다.

자릿수는 생각도 안 하고.


생각하라고 했더니

짜증만 낸다.


저런 모습도 나의 유전자 때문인가,

자조한다.


 삶의 숙제도 제대로 못 하는데

아이의 숙제를 같이 하는 밤.

나는 자식이 인생의 숙제인 것처럼

까마득해진다. 언제 가르치고 언제 키우나.

나는 제대로 키울 그릇이나 되는 사람이던가.


그깟, 연산 싶다가도

이것도 못해서 앞으로 어쩌려고 라는 마음이 들면

한숨이 나오고

그 한숨이 아이를 눈치 보게 만들고

결국 문제를 제대로 풀게 만든다.


엄마의 노여움을 동력 삼아

겨우겨우,

해내는 아이의 숙제.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숙제하듯 해내다 보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

그렇게 믿어야겠지.

매일 숙제를 받는 학생이 되어버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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