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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14. 2022

요상한 코로나 후유증

현재 유행 중인 코로나가 어떤 변이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변이의 후유증을 좀 따져 보려 한다.(얼마 전까지 맹위를 떨치던 오미크론인지, 현재 국내 상륙한 BA. 2. 75, BQ 형제 변이인지 변이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발생 중이다.)

팀에서 한꺼번에 세 명이 동시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그들과 최근 코로나에 걸린 지인들의 사례를 표본으로 삼았다. 증상은 대략 인후통, 고열, 두통, 몸살, 잔기침을 보였다.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태라 완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지만 건강한 성인의 경우, 발병 후, 일주일이 지나면 격리 해제되어,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출근하여 본업을 수행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다. 사람에 따라 그 기간까지 하루 이틀 더 걸리기도 하지만, 나는 약간의 미열과 컨디션 난조에도 일을 못할 정도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현재도 컨디션은 최상은 아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까, 혹시 코로나 후유증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침체되지 말고,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한다. 나보다 2주 앞서 코로나에 걸렸던 지인은 현재까지 잔기침을 하고 있지만 후각이나 미각은 완전히 돌아왔고, 컨디션도 좋아졌다고 한다. 아프기 이전의 건강한 컨디션으로 돌아가기까지는 대략 한 달 이상이 걸리는 거 같다. 그마저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 대전제.


발병 12일째인데, 컨디션은 거의 완전히 돌아왔고, 후각과 미각은 여전히 마비상태이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오늘 저녁 세안을 할 때, 폼클렌징의 플라워 향이 아주 약간 느껴졌다. 기분 탓이 아니라 진짜로. 잠깐의 설렘. 일주일째 후각이 마비된 상태로 있었던 만큼 어떤 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이 되었다. 후각이 마비되면 악취를 피할 수 있어 좋다만, 미각도 같이 왜곡되어 감각은 불완전하고 마음은 불안해진다.


이런 불안감은 나만 겪는 건 아닌 거 같다. 직장 동료 남편은 코로나 후유증에 의한 후각, 미각 마비가 3주째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불안감도 심해져 그 와이프에게 토로하는 탓에 상대가 오히려 불편을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는 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몇 주째 '후각이랑 미각 안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이대로 영영 감각 장애를 겪는 거 아냐.' 울부짖는 소리를 옆에서 듣기란 상상만 해도 고역일 거 같긴 하다. 긴 병 끝에 효자 없는 것처럼, 긴 코로나 후유증 끝에, 금슬 좋은 부부는 기대하기 어려운 걸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 사람은 현재 1일 1 불닭면을 먹으며 집 나간 입맛을 찾기 위한 혼자만의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일종의 충격요법인 것이다. '마비된 감각에 자극을 주어 깨운다.'는 논리로. 차라리 현실에 순응하고 시간이 얼마간 지나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것이, 위장간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이 아닐지. 속으로만 생각해 본다. 나 또한 감각이 마비된 채 3주가 지나면, 영영 감각을 잃어버릴 거 같은 불안감에 혓바닥에 불침을 놓고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누군가의 절실함에 위로는 못해도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지.


내 경우엔, 후각과 미각을 잃은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하진 않은데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특이하게 성격 변화가 느껴진달까. 뭐랄까 좀 솔직해졌다고 할까.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이라 좀 당황스러운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동생이 아픈 나를 위해서 음식을 해 줬다면 예전에는 맛이 없어도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거나, 소위 입에 발린 말, 듣기 좋은 말로 에둘러 표현했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별로다', '싫다', '맛없다' 등 부정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아직 제어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충동적으로 솔직하게 말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집안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 공간에서도 느낀다. 예를 들면 궤변을 펼치는 직장 상사에게 '참 개똥 같은 논리네요!'라고 말해버리고 싶은 것이다. 오늘도 한 번 위기가 있었는데 내 손을 내가 꼬집으며 간신히 넘겼다. 제발 정신줄 잡자.


그러던 중 부정적 감정의 표출, 충동적인 언행 욕구에 시달리는 나의 상태를 설명해줄 만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에드워드 볼모어(케임브리지대학교, 신경면역학자)가 쓴 '염증에 걸린 마음'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염증을 우울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보통 우울증은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이 우울증 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체에 발생된 염증이 우리 뇌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가설은 듣기에도 황당하여  처음에는 학계의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저자가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의학연구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5년간 임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체에 발생한 염증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영국 쪽 정신의학계에서는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 영국이야.(이상한 연구는 이 나라에서 많이 한다는 것이 속설)'하고 거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험주의의 한계도 분명 있지만, 어쨌든 코로나 발병 이후, 심리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만. 물론 누구보다 나 자신이 코로나 완치와 함께 이 이상한 후유증이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내 손등에 구멍이 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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