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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20. 2022

늙는다는 착각

북리뷰


우리는 배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이미 배운 것은 대부분 돌이킬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배움의 대상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쪽에서 옳은 것이 저쪽에서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견해를 다시 고려해 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추가로 지식을 얻거나 견해를 향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중략)
과학자들을 포함해 사람들은 대부분 가설 확인 과정에 사로잡혀 있다. 일단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면 그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를 찾는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하지만 옳다고 믿는 사실에 반대되는 경우를 찾는다면 가설을 확인할 확률 또한 더 높으며, 많은 경우 우리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늙는다는 착각 :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엘렌 랭어 저/변용란 역)




이 책은 미국의 유명 사회심리학자 렌 랭어가 요양원 노인들을 상대로 몸과 정신의 상호관계를 전제로 '노화' 현상의 비밀을 풀어낸 책이다. 70대 정도가 되는 요양원의 노인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20년 전 상황을 현재로 인식하고 생활하게 하고, 한 그룹은 현재 시점에서 20년 전 상황을 과거로 인식하게 하며 생활했다. 실험은 일주일 간 사회와 격리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결과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20년 전 상황을 현재로 인식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실험이 끝난 뒤, 더 명랑하고 유쾌한 기운을 발산하였으며, 기억력도 더 좋아졌고, 신체도 더 건강하다고 인지했다. 대조군인 20년 전을 과거로 인식한 그룹도 요양원에 있을 때보다 그룹 내에서 활발한 토론을 하면서 말수도 더 많아지고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나, 실험군보다 신체 건강 증진면에서는 뒤처졌다고 한다.  


이 실험에서 밝히고자 했던 바는 '늙는다는 것'은 명백히 신체 현상이지만 시간과 중력에 의해서 누구나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은 (유전적 영향도 있겠지만) 후천적으로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먹는가가 신체 건강에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반대의 전제도 성립된다. 신체는 젊지만 마음이 변화를 거부하고, 더 배우기를 멈추면 신체도 그 반대 경향의 사람보다 더 노화할 수 있다. 즉, 몸과 마음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마음을 젊게 먹으면 신체도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는 인간에게는 두려움이고 피하고 싶은 남루한 것으로 취급되지만, 누구나 직면하는 생명현상이다. 피할 수 없다면 끌려가지 말고, 주도적으로 이 생명현상을 맞이하고 싶다.

요즘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활기차고, 건강하게 살까'라는 관점에서 노화를 여러 방면으로 탐구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나 '마음을 젊게 먹어라'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이나 실천 방향은 모호하게 느껴졌는데, 이 책에서는 어느 정도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습관처럼 '나이가 드니 더 알고 싶은 것도, 알고 있는 것을 새롭게 보려는 노력도 하기 싫다'는 마음부터 걷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어쩌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인가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가 들어왔을 때, 모르는 것은 피하지 말고 탐구하고, 아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것부터 해 봐야겠다. 


만약 이 것이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음식을 접할 때, '아는 맛'이라 단정 짓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먹는 즐거움은 '탐욕'이 아니라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고 의미 있는 매일매일의 의식이고 감각과 감흥의 시작점이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먹을지, 누구와 먹을지, 어떤 대화를 나누며 먹을지, 스스로 결정하고 조율하는 연습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이 된다고 하니, 누구와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일에 소홀해지지 말아야겠다.


https://naver.me/59N26x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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