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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림 Nov 24. 2022

[북리뷰] 참 괜찮은 태도

단정한 100의 반복

어제 촬영 팀이 예고도 없이 찾아간 터라 혹시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 마음이 쓰여서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찾아가서 괜히 마음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마음 편히 지내길 바란다고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

(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저)





쉽지 않았다. 회사일로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스스로를 돌보고 챙기기 위해 '문장 발견'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은 어떤 책을 봐도 '별로'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 훌륭한 문장과 노력이 깃든 책인데, 내 마음이 여유가 없으니 어떤 문장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질 않는다.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 투병 중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어 온 이 문장발견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회사 스트레스로는 더더욱,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혼자만의 자존심 싸움이지만. 뻑뻑한 눈만큼이나 빡빡한 마음을 달래가며, 북클럽 온라인 서가에 책들을 하나하나 넘겨본다. 요약본을 보고, 리뷰를 읽어본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 아, 너무 좋다. 문장이 멋있어서가 아니라, 어떤 심오함이 담겨서가 아니라 서걱거리는 건조한 날의 피부 같은 내 마음에 촉촉한 에센스를 발랐을 때 같은,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이 책에 있었다.

다큐 3일의 VJ 박지현 님 에세이. 작가님은 대학 때 스스로를 사회부적응인가 의심할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그러다 선배의 제안으로 다큐 3일을 찍게 되었다. 제안받은 영상은 산부인과 병원에서, 출산 과정을 담는 것.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했지만, 신기하게도 카메라로 담은 사람의 표정 속에서 안도감, 충만함, 경이로움, 극도의 행복과 고통이 본인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험을 한다. 그때 느낀 감동은 시청자들의 공감으로 이어지고 그 인연으로 다큐 3일로 10년, 국민 퀴즈 프로그램이 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다큐 3일을 찍으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낸 것이다. 누군가, 인생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날 때,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이야기로 그 감정들이 조금은 편안 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라는 서문을 봤을 때, 딱 드는 생각, 오늘의 나를 위한 책이다!


오늘 밑줄 그은 문장은, 말기암 치료자들이 기댄다는 기적의 숲,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의 3일을 취재할 때의 선배 PD 이야기. 섭외가 중요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당시 섭외 대상이었던 말기암 환자들은 남은 여생을 조용히 보내고 싶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TV에 나와 남은 생, 공연히 남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말들로  상처를 받을까 꺼리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섭외를 제안했다 거절을 당한 뒤인지라, 프로그램 분량이 걱정될 지경이라 했다. 다음날 선배 PD가 그 사람들을 찾아간다기에 다시 섭외를 부탁하려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섭외 건으로 마음 불편하게 한 점은 없는지 사과하고 그저 마음 편히 지내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마음, 내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마음, 그 마음이 따뜻했고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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