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을 읽다 든 생각
카공족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이 시대의 수많은 신조어 중 하나죠. 뜻만 보면 카페에서도 공부를 하는 바람직한 모습, 오히려 배울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꽤 오랜 기간 논란이 있는 주제입니다. (이번 글에서의 공부는 단순히 공부만이 아니라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는 등 긴 시간을 점유하는 행동들을 모두 일컫는 표현)
도를 넘은 카공족의 사례가 전해지면서 '민폐' 이미지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먼저 카페에 피해를 준다는 게 문제입니다.
1단계: 장시간(7~8시간) 카페에 머무르면서 음료는 1잔만 시킵니다.
2단계: 노트북 하나로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폰, 태블릿 등 여러 전자기기를 충전하면서 장시간 머무릅니다. 멀티탭까지 가져오는 치밀함.. (전기세 어쩔거야..)
3단계: 중간중간 식사를 하고 오거나, 개인용무가 있을 때 자리를 장시간 비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예 한 술 더 떠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4단계: 대화를 하는 다른 손님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하거나, 단체로 카페에 방문해 짐을 놓는 자리 등으로 다른 손님들이 못 오게 해요.
굳이 단계를 분류했지만요. 이러한 행동을 통해 테이블 회전율을 방해하면서 음료는 적게 주문해 카페에 손해를 끼치는 이들을 흔히 '민폐 카공족'으로 여깁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이 카페에 머무르는 시간이 1시간 42분을 넘으면 카페에 손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해요. (2019년, 개인 카페 평균 매출 기준, 테이블 8개 등 기준이 있음)
숏무비 콘텐츠를 만드는 너덜트는 카공족을 소재로 영상을 올렸는데요.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했다는 점을 참고하시어 시청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상에서도 느껴지듯, 카공족은 긍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그 경계선이 애매한데 정도만 다를 뿐, 불청객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아요.
그럼에도 정확히 해야 할 건 카공족이 반드시 민폐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선 지표나 단계는 생업으로 운영하는 개인 카페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추가로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한다든지, 1~2시간 동안 가볍게 공부를 하다가 나가는 카공족도 많습니다. 더군다나 주로 카공족이 목격되는 장소는 프랜차이즈 카페이기에 이러한 수치적인 피해를 언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어쨌든 카공족에 대한 피해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노스터디존을 만드는 카페가 생겼고요. 2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 추가 주문을 해야 하는 등의 일종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콘센트를 막아놓거나, 직원이 눈치껏 한 번씩 안내하는 경우도 있죠.
사실 카페의 용도는 해당 카페의 사장님이 명확한 컨셉을 정해서 손님들에게 말하지 않는 한 정답은 없어 보입니다. 카페는 원래 대화하는 곳이다 vs 카페는 공부하는 곳이다.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거죠. (삼겹살을 굽는 것처럼 기본 상식을 벗어나는 건 당연히 No..) 같은 맥락으로 카페 사장님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카페에서 하면 안되는 건 당연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로요)
그런데 사람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1)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되기 때문이고
2)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든 카페가 있기 때문이죠.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된다? 언뜻 보면 이상할 수 있죠. 돈을 낼 필요가 없고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공부하면 될 일이니까요. 다만, 생각보다 환경이 잘 마련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금방이라도 눕고 싶은 침대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도 있고 와이파이, 냉/난방 등 카페가 더 우위에 있는 지점들도 보여요. 집 그 안에서도 내 방은 비교적 좁고, 익숙한 공간으로 내가 몰입하기에 부적절한 공간으로 느끼기도 합니다. 독서실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고요.
저만 하더라도 대학생 시절 시험을 준비하려 집 앞 이디야커피를 자주 찾았는데요. 집에 있으면 눕고 싶고, 스마트폰을 만지고 싶어지니 적당한 시간을 정해 카페에서 집중하고자 했던 거죠. 마침 방학 때라 평일 낮에는 카페에 사람이 드물어서 거의 혼자만 앉아 있던 기억이 납니다. 알바생은 별 생각이 없었겠지만 '너무 오래 앉아 있나'하고 가끔 손님들이 많이 오면 얼른 나가야겠다 다짐했었드랬죠.
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라든지, 개인 작업실이 있다면 카공은 필요 없을 수 있지만요. 저는 일단 쉼의 공간과 업무(공부)의 공간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카공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2,037명을 대상으로 '카페 공부 빈도'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카페를 공부 장소로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중이 잘 돼서(58%)'였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어디든 카페가 있습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가 10만 개를 넘을 정도죠. 집 근처 어디든 공부할 수 있는 장소, 일정 중간 잠시 짬이 날 때 작업을 해야 하는 장소로서 카페는 감사하게 여겨질 존재입니다.
카공족 논란이 생기면서 몇몇 카페는 오히려 공부나 일하기 좋은 환경을 꾸려서 카공족을 노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공간을 할애하여 목적(공부 또는 일인가 / 대화인가)에 따라 앉을 수 있게 만든 게 대표적이죠.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게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카공족(cagongzok)'이라는 카페였습니다. 당연히 광고가 아닙니다.
네이버에 카공족을 검색했을 때 '새로오픈'이라는 빨간 글씨가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비교적 최근 지점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이름처럼 공부하는 카페입니다.
'라운지형 워크 스페이스'를 지향하는 카공족은 공부·업무 등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카페의 자유로움과 스터디카페의 집중력을 더한 라운지형 워크 스페이스라는 설명입니다.
지점마다 이용조건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겪은 카공족 지점의 특징을 설명하면요. 일단 하루종일 이용하는 데 5,900원이고요. 무제한 이용 가능한 커피머신이 있고 24시간 출입할 수 있는 무인 매장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와이파이는 물론, 좌석마다 넉넉하게 콘센트가 있고 2시간 이내는 나갔다 와도 됩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가득 채워 앉았을 때 기준 80명 이상 수용 가능해 보였어요. (화장실은 3개!)
카공족이 주로 카페에서 얻고자 했던 기능들을 쭉 거의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죠. 독서실, 스터디카페와 일반 카페의 중간 정도를 포지셔닝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주 잠깐의 대화나 노트북 타이핑 소리도 크게 들리진 않았습니다.
카공족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앞서 말한 대로 저렴한 비용으로 카공족들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해준다는 것도 있지만요. 무엇보다 슬로건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겐 창의력이 샘솟는 공간이, 새로운 집중의 공간이 그리고,
꾸준한 결실을 맺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카공족은 여러분의 꿈과 성공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 카공족 카카오톡 채널-
사실 카공족에 대해 비판의 시선이 생긴 건 이해가 됩니다. 저 역시도 가끔 책을 보러, 글을 쓰러 카페에 방문하지만 카페 사장님 입장에서 또는 카페에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카페에서 공부하는 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긴 인내의 시간을 카페에서 보내는 셈이죠. 생각해 보면, 카공족의 본질은 굳이 굳이 카페에서 공부하면서 자리를 오래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카페라는, 자신에게 적합한(비용이든, 환경이든) 공간에서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결국 카공족 논란을 들여다 보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을 나만의 것으로 착각하고 선을 넘는 이들이 문제입니다. 카페도, 공부도, 일도 문제가 아닌 사람의 탓이죠. '카페'라는,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이자 수익 창출이 필요한 공간이기에 더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개념이 된 듯 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요즘 잘 찾아보면 좋은 공간이 있더라고요. 사람이 많이 몰려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라든지, 마포리움처럼 공부나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꽤 있어요. 특히 컴퓨터도 할 수 있고, 태블릿PC를 대여하는 서비스 등 많은 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공간이 계속해서 늘어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겨요.
누군가 반드시 책임져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멈춰 있으면 도태되는 시대가 되어버렸잖아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퇴근하고 난 뒤에도 짬을 내어 공부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하죠. 원래도 바쁜데, 바쁘지 않으면 이상한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갓생라이팅을 당한 기분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흔히 말하는 '민폐 카공족' 말고요. 진정으로 카페가 필요했던, 카공족이 더 편한 곳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고, 밀도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할 일을 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