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디톡스가 의미하는 것

쿠팡 없이 살 수 있을까?

by 박승준
쿠팡 디톡스.jpg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최대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과 집단 소송까지 이어졌고요. ‘쿠팡 디톡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충성도가 높았던 이용자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쉽게 정리하고, 쿠팡 디톡스까지 이른 배경을 살펴보고자 해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제대로 알려진 건, 11월 29일 쿠팡의 공식 입장을 통해서인데요. 3379만 명이라는, 국민 대부분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었죠.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 요약


6월 24일 : 퇴사한 중국인 직원이 서버의 접근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고객의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예요.


11월 18일 : 쿠팡은 이때, 고객의 문의를 통해 처음으로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주장했어요.


11월 20일 : 쿠팡이 최초로 공식 발표를 진행했으나, 피해 고객을 4,500명으로 공지했어요.


11월 29일 : 다시 조사를 거쳐 3379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12월 10일 :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미국 본사의 법률전문가 해롤드 로저스(최고관리책임자 겸 법무총괄)를 임시 대표로 선임했어요.



쿠팡의 공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주소록에 입력된 성명, 전화번호, 주소, 공동현관 출입번호) 그리고 일부 주문정보예요. 카드, 계좌번호 등의 결제정보, 비밀번호 등의 로그인 정보, 개인통관부호는 포함되지 않았고요.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


이번 사태는 규모도 큰 문제지만요. 고객들이 분노한 지점은 ‘신뢰’였어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슬로건처럼 쿠팡은 압도적인 편리함으로 고객 충성도가 높았어요. 새벽배송, 셀러와의 상생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고객과의 관계만큼은 끊어지기 쉽지 않아 보였다는 거죠.


그런데 쿠팡은 이슈가 발생하게 된 계기부터 대응에 이르기까지 ‘고객들과의 신뢰’가 깨질 수 있는 지점이 보여요.


1. 외부의 해킹이 아닌, 내부 관리의 문제였어요.


현재 사태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전 직원이 권한을 가지고 퇴사한 것도 관리가 부족하다는 증거지만요. 이후 약 5개월 동안 그걸 방치했고, 고객이 신고하고 나서야 문제를 파악했어요. 게다가 11월 6일에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후가 있었으나,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고요.


2. 사과가 아쉬워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실을 알릴 때 ‘유출’이 아닌 ‘노출’, ‘무단접근’ 등으로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은 표현을 썼어요. 사태의 무거움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죠.


그리고 7일 공지한 고객 안내문도 아쉬웠어요. 링크를 공유했더니 ‘쿠팡이 추천하는 Coupang 관련 혜택과 특가’라는 제목이 드러났던 거예요. 쿠팡은 ‘기술적 처리 과정에서 생긴 문제’라고 얘기했지만, 진심이 담겼어야 할 고객 안내문에 이러한 허점은 더 크게 다가와요.


11월 30일 쿠팡 앱의 메인 화면에는 박대준 대표의 사과문이 올라왔었지만, 이틀 만에 광고 배너로 바뀌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문으로 부족해 더 상세한 내용으로 발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회피’ 느껴졌죠.


쿠팡 사과문.jpg 현재 쿠팡 뉴스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과문 (사진: 쿠팡 뉴스룸)


더군다나 대표이사의 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어요. 사태가 심각해지자 법률전문가를 임시 대표로 선임한 건, 법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정작 고객을 향한 사과는 부족한데, 법적 리스크를 우선하는 신호로 여겨진 거예요.


이외에도 처음에 피해 규모를 4000건 정도로 말한 부분도 피해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고요.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1월 10일, 쿠팡 주식 30억 원가량을 판 것으로 알려져 '내부자 거래’ 의혹도 있어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발표한 시점 이전이지만, 민감한 시점이니 만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거예요.



쿠팡도 디톡스해야 하는 걸까


여전히 의혹은 남아있고, 조사는 진행 중인데요. 쿠팡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시선이 엇갈려요.


압도적인 쿠팡의 편의성 덕분에 ‘탈팡’은 제한적일 것이고, 강력한 고객 락인을 확인할 계기라는 시선도 있고요. 신뢰를 회복할 만한 명확한 행동이 없다면 타격이 클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죠.


이와 관련해 ‘쿠팡 디톡스’라는 단어가 자주 들려요. ‘디톡스(Detox)’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중독(과도하게 씀)됐을 때 이걸 해독한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죠. 유튜브나 SNS에서 얻는 ‘도파민’에 붙여 ‘도파민 디톡스’라는 말을 다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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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이용자들은 쿠팡을 끊었더니 오히려 좋다는 후기를 남겼어요. 주로 “습관적 소비가 줄어서 좋다.”, “다른 플랫폼, 동네 마트도 장점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등의 내용이에요. 대부분 쿠팡에 대한 불안함과 괘씸함으로 이용을 멈춘 거지만 “쿠팡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심어줄 수도 있어 보여요.


특히 사실상 국내의 ‘빠른 배송’ 시대를 개척한 쿠팡을 두고 “과연 소비자가 원한 것이 맞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거든요. 지금은 하루 만에 택배가 오는 게 당연해졌지만, 3일에서 길게는 7일까지 걸리던 택배 서비스를 쓰던 시기가 오래 되지는 않았어요.


우리는 새벽배송, 로켓배송이 없는 시기로 돌아가진 못할 거예요. 다만, 필요하지 않은데 이용하게 되는 것(숏폼, SNS 등)에 붙이는 ‘디톡스’라는 말이 쿠팡에 붙는다는 건요. 이용자들에게 ‘없으면 안 되는 필수재’로 여겨졌던 서비스나 플랫폼도 ‘습관적 의존’의 영역일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쉽게는 아니더라도 특정 계기에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는 거죠. 마치 이번 쿠팡 사태에서의 ‘신뢰’처럼요.


그간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편의성, 제품의 효용성, 가격경쟁력 등)를 제공하는 건 성공의 본질이었는데요. 이제는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핵심 가치가 된 것 같아요. 언제든 ‘디톡스’ 당하지 않으려면요.




큐레터에서 12월 15일 발행한 아티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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