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과 존댓말 사이

1일1생각 #62

by 강센느

요즘, 유난히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들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간다. 오늘 발견한 사례는 70년간 반말로 작성돼왔던 법원 판결문을 존댓말로 바꿔 쓰는 시도를 한 대전고등법원 이인석 판사와 관련된 기사다.



판결문을 받아보는 분은 국민이고,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나라의 주인한테 판결문을 보내는데 존댓말을 쓰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석 판사



이인석 판사는 "벌금을 지급하라", "서류를 열람하게 하라"와 같이 다소 강압적인 어투의 반말로 작성돼왔던 판결문을 "벌금을 지급하십시오", "서류를 열람하게 하십시오"와 같이 존댓말로 바꿔 썼다. 이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법원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다 혹은 판결문이 길어질 것이다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분량이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으며 조금 더 부드러운 어투의 판결문이 결과에 승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나는 이런 갑론을박의 타당성을 떠나서 70년간 고정값으로 있던 일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의 물결을 일으킨 이인석 판사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포인트가 고작 반말과 존댓말 사이의 간극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반말을 존댓말로 바꾸는 일은 누군가의 말처럼 판결문의 분량이 늘어나는 일일 테지만, 그 판결문을 받아 든 사람은 그 늘어난 글자의 양만큼이나 판사가 판결을 위해 고심한 시간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수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70년, 새로운 법이 생기고 헌법조차 수차례 개정됐던 그 긴 시간. 단 한차례도 변화가 없었던 반말 판결문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위대한 변화는 늘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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