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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센느 Apr 26. 2016

서른 즈음에 내가 헬스장에 간 이유

삶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알게되는 순간

  바야흐로 봄이다. 따스한 햇볕에 고개를 내미는 건 거리의 새싹만이 아니다. 겨우내 두툼한 옷에 가려져 있던 살덩이들도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의 시선 위로 고개를 내민다. 옷이 가벼워질수록 헬스장 등록 회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 오늘 나는 헬스를 등록했다.


몇 달 만에 발길을 들였더니 서먹함이 없지 않아 카운터를 기웃거렸다. 이윽고 운동복 더미가 가득한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헬스장 관장님이 다가왔고, 내가 서먹함을 표하기도 전에 먼저 인사를 건네왔다.


"겨울에 쉬시더니 운동 다시 시작하나 봐요?"


그 뜨뜻미지근한 말 한마디에 서먹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웃는 것도 무표정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으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너스레를 떨고는 사물함을 배정받고 오랜만에 운동을 시작했다.


  내가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될 때는 앞서 말했듯이 가벼워지는 옷이 부담스러워서 즉, 뱃살이 눈에 띄게 늘었거나 살이 볼품없게 빠졌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 계기가 달랐는데 최근에 급성장염, 몸살, 전신 두드러기까지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온갖 질병에 고초를 겪고 나니 자연스레 그 원인을 찾게 됐고, 이 모든 게 면역력이 떨어져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 나에게 헬스는 '몸짱', '옷발'과 같은 키워드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는데 그 성질이 '건강'과 결합하게 된 것은 뭔가 내 삶에 큰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일종의 모멘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전에는 나의 행동들이 곧바로 결과로 나타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전날 마신 술의 흔적은 다음 날 아침이면 말끔히 지워졌고, 이렇다 할 계획 없이 주야장천 게임을 해도 그다지 큰 변화나 타격 없이 시간은 물 흐르듯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오늘 내가 남긴 모든 행적이 원인이 되어 곧바로 결과를 만들어낸다. 전날 마신 술은 다음 날의 시간을 빼앗아가고 더 나아가서는 위장병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오늘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면 동료들에 비해 뒤처지거나 업무적으로 혹은 나의 미래를 위해 꼭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삶의 인과관계는 그렇게 나이를 먹을수록 더 끈끈하고도 확연한 연결고리를 맺어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40대 이후의 얼굴은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평균 수명을 생각했을 때 거의 인생의 반에 접어드는 나이, 40년이라는 원인이 얼굴에 결과로 드러남은 당연한 이치이지 않을까. 오늘 하루의 사소한 찡그림이 주름이라는 결과를, 그리고 사소한 미소가 덕이라는 결과를. 이러한 연유로 마흔 이전의 삶은 선천성에 가깝지만 그 이후의 삶은 후천성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선천성을 탓하기에 40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 큰 행적이자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불가분의 원인이므로.


그래서 나는 오늘 헬스를 등록했다.
나는 새로운 원인을 만들었고
그렇게 내 삶은 새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서른 즈음에,
삶의 인과관계는 사소했던 위장병과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린 헬스로
명확히 규정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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