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

브랜드는 'What'이 아니라 'Why'다

by 강센느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의 생각 | 01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


브랜드마케터로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속으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였다. 특히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브랜드를 담당하게 될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선명하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진짜 창업을 결심하게 됐을 때도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내가 창업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역설적이게도 이 생각은 내가 창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과 동시에 내가 폐업을 하게 만든 결정적 이유가 되기도 했다. 왜냐고? 이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 탓에 내 브랜드엔 제대로 된 Why가 없었기 때문이지.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 한 개만 꼽으라면 뭘 얘기해야 할까? 나는 고민 없이 'Why'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없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 브랜드는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What이 아닌 Why를 구매한다. 애플의 혁신(Think different)을, 나이키의 도전 정신(Just do it)을, 현대카드의 새로움(make break make)을, 파타고니아의 친환경(Save our home planet)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서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사랑받고 선택받아온 브랜드일수록 Why의 해상도가 높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어떤 브랜드의 Why가 단순히 창업자의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라는 치기 어린 마음이라면 그 브랜드가 매력이 있어 보이겠는지 말이다. 당연히 이런 브랜드는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혹여나 운이 좋아서 1~2년 반짝 성공할 수는 있어도 얼마 안 가 진짜 Why를 가진 브랜드에게 고객을 뺏기게 되고 종국에는 망하게 된다.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것이 내가 만들었던 브랜드의 얘기라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내가 만든 브랜드에는 매력적인 Why가 없었고 그래서 팬(충성 고객)을 만들 수도 없었다. 3억 원이라는 매출을 만들기까지 1만 명 이상의 고객을 만났는데 그들 중 단 10명도 브랜드의 팬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내 브랜드는 매력이 없었다.




경쟁사에게는 있지만 내 브랜드에는 없는 것


내가 내 브랜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경쟁사 덕분이었다. 당시 경쟁사 중에는 자본도 별로 없고, 디자인도 투박하고 뭐 하나 견제할만한 요소가 없어 보이는 브랜드가 있었다. 그런데 그 브랜드의 대표는 자신의 SNS 채널에서 이런 부족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팔로워들에게 공개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왜 이 브랜드를 만들었는지,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지, 제품을 개발하면서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다 공유했다. 그 덕분에 그를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그것이 자신의 제품인 양 관심을 가지며 출시 예정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제품 아이디어를 더해주기도 했다.


반면에 내가 운영하는 브랜드 SNS 채널엔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어쩌다 한 번씩 달리는 댓글은 "제품은 어디서 구매하나요?" 정도였다. 내 브랜드에 진정으로 공감하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이었을까? 그 브랜드는 점점 성장하더니 나중에는 디자이너를 채용했는지 디자인 퀄리티까지 높아졌고 제품력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경쟁사였다고 얘기할 수도 없는 수준의 진짜 '브랜드'가 됐다. 이 모든 게 겉보기에는 단순히 SNS 채널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차이 때문인 것 같지만 사실 더 근본적으로는 Why의 유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경쟁사는 Why가 명확했다. SNS 채널을 통해서 경쟁사의 대표는 끊임없이 자신이 왜 이 일을 하는지를 공유했으며 그것이 고객들의 관심과 공감을 샀다. 반면에 내 브랜드엔 Why가 없었다. 사실 처음에 창업하면서 브랜드 비전, 브랜드 미션, 브랜드 철학을 정리한 브랜드 브리프가 있었지만 그건 그냥 브랜드마케터로서 습관적으로 만든 '문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내가 창업한 이유가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였다는 사실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인드셋은 그런 브랜드 브리프 하나로 달라질 수가 없었다.




브랜드는 What이 아니라 Why여야 한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다. 그리고 10대 후반에는 학교에 가는 대신 요세미티에 움막을 짓고 암벽등반을 시작했다. 그렇게 암벽등반에 빠져 살던 그는 시중에 제대로 된 암벽등반 장비가 없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고 직접 암벽등반 장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암벽등반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본 쉬나드는 요세미티 등반의 황금기를 이끈 주요 등반가 중 한 사람이다. ⓒ라이팅하우스



그렇게 그는 자연스럽게 암벽등반 장비 브랜드인 Chouinard Equipment를 설립하게 됐는데 운 좋게도 그가 회사를 설립한 뒤에 미국에서는 암벽등반 붐이 일어났다. 그 덕분에 암벽등반 장비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그의 회사는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는 창업을 한 이후로도 꾸준히 암벽 등반을 즐겼는데 어느 날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피톤(등반용 쇠못)이 바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이에 큰 충격을 받고 피톤의 판매를 중단했는데 당시 피톤이 Chouinard Equipment의 매출 중 70%를 차지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결정이 얼마나 과감한 결단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단순히 피톤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피톤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했다. 이는 피톤처럼 바위에 못을 박는 형태가 아니라 암벽의 홈 사이에 끼워 넣는 형태였기 때문에 바위의 훼손을 획기적으로 막을 수 있었다.


이본 쉬나드는 많은 암벽가들이 피톤 대신 이 제품을 사용해야만 바위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고객들에게 <피톤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라는 14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도 함께 발부하여 고객을 설득하려는 노력도 동반했다.


이처럼 그의 환경 보호에 대한 진심이 전달되자 사람들은 점차 피톤 대신 알루미늄 초크를 사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알루미늄 초크의 매출이 급상승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피톤을 대체하게 되었다.



이본 쉬나드의 노력은 '암벽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등반하자'는 의미의 '클린 클라이밍'이라는 새로운 등반 사조를 낳았다. ⓒ블랙다이아몬드



만약 이본 쉬나드가 Why가 아닌 What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개구리였다면 지금까지도 수많은 피톤이 세계 곳곳의 바위에 꽂혀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더 업그레이드된 피톤이 출시되었을지도. What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개구리들에게는 '내가 왜 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보다 '무엇을 만들어서 얼마의 이윤을 남길지'가 더 중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는 지구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명확한 Why를 가진 사람이었고 이 Why에 따라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했다. 그가 이후에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창업했을 때도 이러한 기준은 변함이 없었으며 그 덕분에 파타고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 브랜드이자 가장 진정성 있는 친환경 브랜드의 대명사가 되었다.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의 위험성


앞서 살펴본 이본 쉬나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브랜드에게 Why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많은 창업자들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 "나도 가게나 하나 차려볼까?"라는 마인드로 사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브랜드에는 Why가 없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Why가 없이 브랜드를 운영할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이 오랜 기간 수많은 고객들을 팬으로 만든 비결은 늘 '혁신'이라는 기준에 맞는 제품만 출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에게 이런 기준이 없었다면 애플은 여느 매력 없는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트렌드에 맞춰 매해 달라지는 디자인, 돈 좀 된다 싶은 카테고리로의 무한한 확장을 통해 점차 팬을 잃어갔을 것이다.


맞다. 또 내 브랜드 얘기다. 내 브랜드엔 Why가 없었기 때문에 항상 기준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항상 기준이 트렌드나 매출에 맞춰졌다. 이렇게 하면 트렌드에 더 맞는지? 이렇게 하면 더 매출이 잘 나오는지? 만 고민하다 보니 매번 제품, 디자인, 콘텐츠, 광고 등 여러 요소에서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제 만났을 때는 젠틀한 옷차림에 매너를 갖춘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힙한 옷차림에 유행어를 남발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해있다면, 어제는 돈보다는 꿈을 얘기하는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돈만 얘기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변해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내 브랜드를 사람으로 의인화하면 딱 이런 사람이었다.


일관성 있고 신뢰가 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따라 기준이 명확하다. 마찬가지로 매력 있는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탄생한 이유(Why)에 따라 기준이 명확해서 항상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고객은 그런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팬이 된다.



애플의 소비자는 애플의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혁신'적인 이미지를 산다.



정리하자면 당신이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Why다.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볼까?"

"돈 좀 더 많이 벌고 싶어서"

"유명한 브랜드의 오너가 되고 싶어서"

"살면서 한 번쯤은 창업해봐야 하지 않겠어?"


이런 생각은 결코 Why가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탄생한 브랜드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고객은 What이 아니라 Why를 산다. What은 당신의 브랜드가 가진 Why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애플은 Think Different라는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아이폰을 만들고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목적을 실천하기 위해 운동화를 만든다. 당신의 브랜드가 가진 Why는 무엇인가? 당신은 그 Why를 위해 어떤 What을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