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가격이면 사겠지?

할인은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없다

by 강센느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의 생각 | 06

이 정도 가격이면 사겠지?


내가 판매하는 제품 중 베스트셀러였던 A가 어느 날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조금 있으면 회복되겠거니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판매량은 회복되지 않았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특별 할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할인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또 지났음에도 판매량은 그대로였다.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가격을 더 낮춰야 하나 한번 더 고민했다.


이처럼 장사가 안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방법이 할인이다. 왜 그럴까? 가격 낮추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가 안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시즌적인 이슈가 있거나, 애초에 수요가 없거나, 살만한 사람들에게 노출이 안 되고 있거나, 상세페이지에서 적확한 설명이 안 이뤄지고 있거나, 진짜로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아서거나.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문제를 파악해야 정확한 해결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데도 막상 매출이 쪼그라드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급한 대로 가격부터 낮춘다.


그러나 할인은 어떤 상황에서든 그다지 좋은 솔루션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그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할인은 나만 가진 와일드카드가 아니다. 내가 마진 10%를 포기하면 누군가는 20%를 포기하고 또 누군가는 50%까지 포기한다. 심지어 누군가는 역마진까지도 각오하고 할인을 한다. 그렇게 할인 전쟁이 시작되면 해당 제품의 가치는 무너지고 종국에는 그 누구도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앞서 언급했던 베스트셀러 A를 내가 10,000원에서 9,000원으로 가격을 낮추자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던 경쟁사가 8,500원으로 낮춰서 팔기 시작했고 그러자 다른 경쟁사는 7,5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그렇게 점차 가격 경쟁이 심화된 끝에 제품 원가보다 더 싸게 파는 업체가 등장했고 결국 A 제품은 시장에서 마진을 남기기 힘든 제품이 됐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은 제품 판매량이 줄었던 이유가 가격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에 돈 쓸 일이 많아진 고객들이 잠깐 지갑을 닫았던 것이었고 6월이 되자 신기하게도 판매량이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그 사이에 경쟁사들과 함께 의미 없는 가격 경쟁을 한 탓에 내 제품의 마진은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할인이 나만의 전략이라는 착각


주변 광고를 둘러보자. 이 세상에 할인을 안 하는 제품이 없다. 동네 마트에서 파는 과자부터 대기업이 파는 전자 제품까지 모두 앞다퉈서 할인 중이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제품이 할인을 숙명으로 여기고 탄생한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할인은 누구나 하고 있는데 마케터들은 마치 할인이 자기만 가진 특별한 전략인 양 착각한다. "이 정도 가격이면 무조건 살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할인은 절대 나만의 전략이 될 수 없다. 할인의 효과는 언제나 나보다 더 할인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유효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경쟁사 대비 내 제품의 가격이 비합리적인 것이 진짜 문제라는 진단이 나왔다면 유통 구조, 제조 공정 등을 변경함으로써 마진율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격이 전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단순히 마진을 포기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것은 결코 전략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저가 전략'으로 잘 아는 이케아, 다이소 같은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저가를 만들 수 있는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노하우와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케아가 고객들이 직접 가구를 조립하도록 만든 것은 가구를 조립하지 않은 상태로 적재, 운반했을 때 재고비, 운반비가 절감되기 때문이었다. 그 밖에도 이케아는 매해 가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새로운 소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다이소는 전국에 퍼져있는 유통망에 대량의 제품을 뿌릴 수 있는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쉽게 가능하며 이로 인해 제품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저가 전략'을 내세우려면 이처럼 남들이 내 가격을 따라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소비자가 싼 걸 좋아할 거라는 착각


커피 프랜차이즈를 보자. 아메리카노 한 잔을 1,000원도 안 받고 파는 저가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만약 소비자가 무조건 싼 것만 좋아한다면 스타벅스는 이미 망했어야 하지만 여전히 잘된다.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무려 4,000원이 넘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스타벅스보다 더 비싸게 파는 브랜드도 많은데 그 브랜드들도 여전히 잘된다.





모든 소비자가 싼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에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품들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휴대폰, 노트북, 옷, 화장품을 살 때 항상 가격을 기준으로 샀는가? 아마 그랬다면 애플, 샤넬, 에스티 로더는 이미 망했겠지만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잘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격을 가장 상위의 기준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며 어떤 소비자는 가격을 아예 고려하지 않기도 한다. 이렇게 말하면 그 소비자가 당연히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어떤 브랜드에 강력하게 링크된 소비자의 경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도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그 브랜드의 제품을 무리해서라도 산다. 또 어떤 소비자는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걸 사야 오래 쓴다면서 애초에 가격이 싼 제품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경우 당신의 제품이 경쟁사 제품보다 더 좋은 퀄리티에 더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가격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싸면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비싸게 팔아도 줄 서서 사고 싶게끔 어떤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편이 더 낫다. 스타벅스, 애플, 샤넬, 에스티 로더처럼 말이다. 당신은 왜 싼 걸 사지 않고 그런 브랜드들을 선택했는가? 왜 당신의 브랜드는 그런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냄비 밖으로 나오고 싶다면 가격을 낮추기보다 가격을 높여라. 그리고 그 높아진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만들어라.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도 팔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브랜드의 힘이다. 낮은 가격에 팔아서 잘 팔리는 것은 잠깐의 요행일 뿐이다. 그 달콤함을 잊지 못해서 '할인 중독'에 빠진다면 어느 순간 당신과 같은 수많은 개구리들이 당신과 함께 냄비 속에서 익어가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