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달라 보이겠지?

로고는 브랜드가 아니다

by 강센느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의 생각 | 07

이 정도면 달라 보이겠지?


세상에는 이미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한다. 그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력, 취향, 연령 등에 맞춰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면 어느 카테고리에서 시작하든 소비자의 오지선다가 아닌 '천지선다'에 들어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연유로 오늘날 소비자의 눈에 띄고 선택받기 위해서는 새롭고 남달라야 한다. 기존의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없다면 굳이 소비자가 내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의 운동화가 나이키의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에 로고만 다르다면 구매하겠는가? 아마 나이키보다 반값이어도 사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냥 무료로 준다고 해도 신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비단 디자인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어떤 서비스의 독특한 기능으로 인한 경험, 어떤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했을 때 직원의 접객 방식으로 인한 경험 등 특정 브랜드가 가진 차별성과 유사한 포인트만 가진 채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망함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 '다름'의 포인트는 이미 그 브랜드들이 선점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브랜드를 만들고 어느 정도 매출이 기대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하면 내 브랜드가 기존의 플레이어들과 달라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로 기존의 플레이어들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로고 디자인을 만들었다. 그 로고를 제품에 각인하면 제품의 디자인이 훨씬 특별해 보일 것 같아서였다.


안다. 앞서 나이키 운동화에 다른 로고를 붙이면 사겠냐고 말하던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다소 의아할 것이다. 근데 그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좋은 생각이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독창적인 로고만 있으면

독창적인 브랜드가 된다는 착각


내가 브랜드를 론칭한 카테고리의 플레이어들은 유사한 제품 디자인에 각자 자신들의 로고만 다르게 각인해서 팔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제품 제조를 위해서 컨택했던 공장에서는 무려 3개 브랜드의 제품을 자신들이 OEM 형태로 제조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즉, 1라인에서는 A 브랜드 제품, 2라인에서는 B 브랜드, 3라인에서는 C 브랜드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현실을 알고 나니 결국 이 분야에서 달라 보이기 위해서는 로고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오로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로고 디자인의 제품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브랜드와 유사한 제품 디자인에 좀 더 독특한 로고를,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각인했다. 예컨대 로고를 압도적으로 큰 사이즈로 각인을 하거나, 일반적으로 실크 스크린으로 각인하는 것을 봉제 각인으로 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달라 보이겠지?"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그렇게 로고를 각인해서 만든 제품들은 하나같이 망했다. 오히려 로고가 보이지 않게 제작한 제품들만 잘 팔렸고 그 제품들 덕분에 3억 원이라는 매출도 달성할 수 있었다. 로고가 들어간 제품들은 악성재고가 돼서 폐업하는 순간까지 나를 괴롭혔다.


"왜 망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레퍼런스로 참고했던 경쟁사들의 홈페이지를 다시 살펴봤다. 근데 유독 눈에 띄는 한 소비자의 리뷰가 있었다. "이 브랜드의 ㅇㅇ 제품을 사용했었는데 너무 좋았어서 이 제품도 믿고 구매합니다." 나는 그 리뷰를 보자마자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 로고가 전부가 아니었구나"


내가 로고 디자인만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 제품은 사실 그 브랜드의 주력 제품이 아니었다. 고객들은 그 브랜드의 주력 제품을 통해서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인상을 얻었고 그 덕분에 이 브랜드의 로고가 붙은 제품이라면 그 정도의 퀄리티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 제품을 구매한 것이었다. A 브랜드, B 브랜드, C 브랜드 모두 마찬가지였다.


즉, 고객들이 그들의 제품을 선택한 것은 제품에 각인된 로고가 디자인적으로 예뻐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제품이라는 것이 '식별'이 되어서였던 것이다. 애초에 브랜드 로고라는 것의 기원을 살펴보면 로고의 기능이 디자인보단 '식별'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문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키우는 가축에 식별이 가능한 문양을 새기던 것이 브랜드 로고의 기원이니 말이다.


이러한 전후사정을 알고 나니 독창적인 디자인의 로고만 있으면 독창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 아이디어였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것은 마치 소에게 독창적인 문양을 새겨놓고 "이 소는 특별한 문양이 새겨졌으니 특별한 소요!"라고 외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아 부끄러워.




로고의 기능은 디자인이 아니라 '식별'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로고의 기능은 디자인이 아니라 식별이다. 당신이 나처럼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당신이 패션 카테고리에서 브랜드를 만들 생각이라면 더욱. 내가 패션 카테고리를 콕 짚어서 얘기하는 이유는 이 카테고리에서 특히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개구리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름에 유행하는 티셔츠를 보면 디자인 별거 없고 로고 하나 박아서 파는데 몇 만 원에서 비싸게는 수십만 원까지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맞다. 꼼데가르송, 스투시 같은 브랜드들 얘기하는 거다. 그런 브랜드의 티셔츠를 사다 보면 개구리는 생각한다. "와 씨, 나도 얘네처럼 괜찮은 로고 디자인 만들어서 티셔츠에 프린팅 해서 팔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327_shop1_877139.jpg 꼼데가르송의 기본 티셔츠는 10만원 내외의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내가 장담하는데 그렇게 시작하면 무조건 망한다. 물론 정말 우주의 모든 기운이 도와서 한 시즌은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정말 운이 좋아서일 뿐이고 앞서 얘기한 꼼데가르송, 스투시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의 티셔츠만 놓고 보면 고작 로고 하나 붙여놓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로고에는 그 가격을 받을만한 합당한 근거가 이미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군말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다. 디자인이 아니라 '식별의 값'으로 말이다.


예컨대, 꼼데가르송은 1969년에 출시되어 1980년대 패션계에 해체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냈으며 이후에 등장한 마틴 마르지엘라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브랜드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 꼼데가르송의 티셔츠를 산다면 이렇게 위대한 역사를 통해 형성된 꼼데가르송의 남다른 가치를 몸에 걸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핑보드 위에 스투시의 사인이 그려져 있다.



스투시는 어떤가. 스투시는 서핑보드 광이었던 숀 스투시가 직접 만든 서핑보드에 자신의 사인을 그려 넣어 팔던 것이 시초였는데 이후에 스트릿 의류를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패션 브랜드가 되었다. 만약 당신이 스투시의 티셔츠를 산다면 스투시라는 브랜드가 가진 힙한 스트릿 이미지를 차용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의 로고에는 이런 유구한 역사가 담겨있는가? 아니, 역사가 없더라도 내가 앞서 얘기했던 경쟁사들처럼 당신의 로고를 믿고 살만큼의 신뢰를 다른 제품이나 행동을 통해서 제공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남다른 매력을 제공했던 적은? 없다면 당신의 로고는 식별의 값으로 단 1원도 받지 못한다. 로고 디자인이 예쁘든 말든 말이다.


오히려 높은 확률로 로고가 들어가는 것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혹시 길거리에서 예쁜 티셔츠를 발견했는데 뒷면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 로고가 프린팅 되어 있어서 사지 않은 적이 있는가? 아마 당신은 "아, 로고만 없으면 샀을 텐데"라고 말했을 것이다. 종종 어떤 고객들은 제품을 산 뒤에 로고를 스스로 지워버리기도 한다(맞다. 이건 내가 직접 경험한 일이다). 이 경우도 로고 디자인이 예쁘든 말든 상관없다. 로고의 용도는 디자인이 아니라 식별이니까.


가끔 히트 상품, 인기 브랜드를 만들려면 타사와 차별화되는 상품명, 포장, 홍보 전략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 홍보하고, 참신한 이름을 붙이고,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도 그것을 산 소비자가 상품의 장점을 체감하지 못하면 히트할 수 없다. 하물며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사업을 한다는 것>, 레이 크록 저(맥도날드 창립자)




브랜드의 '다름'에 대하여


내가 했던 실수가 로고로 브랜드의 '다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로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지만 브랜드의 다름에 대한 오해는 로고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서 나타난다. 가령, 스타벅스에서 음료 사이즈를 '그란데'라는 이태리어로 표현하는 것이 잘못됐다며 자신들은 사이즈 표기를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주장하던 카페 브랜드, 치킨에 치킨무를 먹는 것이 너무 식상하다며 치킨무 대신에 김치를 내놓는 치킨 브랜드 등 오직 '다름을 위한 다름'으로 무장한 브랜드들을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문제의 핵심을 모른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고 어떤 브랜드의 서비스, 제품을 사는 이유는 자신이 가진 어떠한 문제나 욕망을 해소하기 위함인데 개구리들은 그 문제의 핵심에서 다름을 발견할 생각보다 문제가 없는 것에서 다름을 발견하려고 하니 치킨무 없는 치킨 같은 끔찍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그란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스타벅스보다 더 맛있고 균일한 맛의 커피를 더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겠다거나, 스타벅스보다 더 대화하기 편한 분위기의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등의 접근을 하는 브랜드가 탄생했을 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누군가는 스타벅스보다 더 맛있는 커피를 더 합리적인 가격에 데일리로 먹기를 원하고 또 누군가는 스타벅스가 반강제로 정숙을 요구하는 스터디 카페 같은 분위기가 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즉,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진짜 다름이 탄생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고객들이 알고 있음에도 높은 퀄리티로 해소해주고 있는 브랜드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고, 혹은 고객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알려주면 해소하고 싶어질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가령, 샤워기 필터의 오염에 대해서 다들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샤워기 필터에 대한 니즈를 만들어낸 사례처럼 말이다.


패션 카테고리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내 취향에 맞는 옷이 시장에 없다'는 것이 될 수 있다. 꼼데가르송을 설립한 레이 가와쿠보는 블랙 덕후였는데 그녀가 자신의 컬렉션에 검은 옷만 올림으로써 프랑스 파리 패션계에 충격을 주기 전까지만 해도 검은 옷은 장례식에서나 입는 칙칙한 옷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검은색=시크'라는 공식을 만듦으로써 자신의 취향을 유행으로 만들었고 검은 옷은 더 이상 장례식만을 위한 옷이 아니게 됐다.


만약 그녀가 꼼데가르송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검은색 옷에 대한 사회의 관념과 상징성을 해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블랙 덕후들은 마음대로 검은 옷을 입고 다니기 어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무채색의 향연이었던 꼼데가르송 파리 컬렉션



이처럼 남다른 브랜드는 남다른 문제의 해결에서 탄생한다. 고객들이 가진 문제의 핵심을 당신의 브랜드가 남다르게 해결해 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점점 당신의 브랜드를 애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그 결과 당신의 브랜드 로고가 각인된 제품이라면 일단 믿고 사는 광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가진 진짜 '다름'의 힘이다.


그러니 냄비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당장 문제의 핵심을 찾아서 그것을 해소해 주려고 노력하자. 로고 디자인을 바꾸니, 마케팅 세팅을 바꾸니, 새로운 마케팅 매체를 찾니 등의 고민은 냄비의 열을 더 빠르게 올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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