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시대의 종말

비즈니스는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다

by 강센느

트래픽이 가치를 담보하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비즈니스들이 어떻게든 사람을 모으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 위에서 탄생했고 그렇게 기대한 만큼 유저 볼륨을 만드는 데 성공한 비즈니스들은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한 기업을 의미)이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렇게 유니콘이 된 기업들 중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즉 실질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거의 전무했다는 것이다. 기업이라는 것은 애초에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며 그 이윤이 클수록 기업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한 논리였는데 '스타트업'을 위시한 비즈니스들은 하나같이 이런 논리와 별개의 방향으로 규모를 확장해 갔다.


이처럼 돈 못 버는 기업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세계 경제가 전례 없는 高유동성 시대였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화폐, 자원이 활발하게 교류된 덕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 없이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의 화폐들이 풀렸다.


이렇게 유동성이 높은 시절에는 사실 적자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투자해서 성공적으로 엑싯하는 사례도 빈번했다(하지만 엑싯하는 순간까지도 여전히 적자이면서 규모만 커진 기업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경제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일 기준 금리를 인상해 왔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스타트업에 지갑을 선뜻 열던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지갑을 닫았고 이 때문에 벌써부터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다들 '계획된 적자'를 외치며 투자금이 끊길 거라는 생각은 1도 없이 몸집을 불리는데만 치중해 왔으니 이렇게 급변한 상황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이다.


최근에 추가 투자를 못 받아서 망했다거나 고정비를 줄여서(대규모 정리해고가 대부분) 겨우 흑자전환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데 그런 뉴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제 정상화된 것일 뿐이다."라는 반응이다. 기업의 이윤이 아닌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직원들 월급, 복지를 챙겨주고 기업을 확장해 왔던 관행이 비정상이었을 뿐이고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초저금리를 유지해 온 비정상적이던 경제 상황이 정상화되면서 이에 맞춰 스타트업 업계도 정상화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떠나서 내가 느끼기에 확실한 것은 적어도 '트래픽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래픽이 미래 가치를 담보했고 그 덕분에 많은 돈을 투자받았지만 앞으로는 무조건적으로 그러기가 힘들 것 같다. 그렇게 몸집을 불리면서 차기 유니콘이 되고 국민 서비스가 된 여러 서비스들이 아직까지도 흑자 전환을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트래픽이 가치를 담보한다는 가설이 잘못됐음을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팔로우하고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 몇몇 투자 심사역들의 말에 의하면 요즘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비즈니스 모델 검증'이라고 하는데 나 역시도 이에 십분 공감한다. 기업은 결국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을 일단 많이 모아두면 광고비라도 벌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결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없다(실제로 그렇게 사람 모아 놓고 광고 상품을 출시했음에도 흑자 전환을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제법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얼마나 빨리 사람들을 모을지가 아니라 고객들이 가진 Problem을 어떤 Solution으로 해소해 줄지, 그 Soultion이 고객과 기업에게 비용 효율성이 좋은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에서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이고 이것이 지속되고 확장될 수 있을 때 기업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가 되길 꿈꾸면서 열심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도 과거 스타트업들이 했던 생각처럼 일단 팔로워 수를 늘리면 어떻게든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엔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팔로워 수가 10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에서 수익화를 못해서 고작 콘텐츠 마지막 장에 광고 이미지를 넣는 정도의 비즈니스 모델만 만들어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유튜브는 어떨까? 최근에 100만 구독자를 가진 한 유튜버는 자신의 1년 조회수 수익이 1억 2천만 원 정도인데 영상 편집자들 월급을 주고 나면 적자라고 하소연하면서 앞으로 협찬 광고와 같은 부가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에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한 상태에서 개인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팔로워가 1000명이어도 많은 돈을 번다. 가령, 로고 디자이너가 팔로워들에게 무료로 로고 제작을 해주면서 소통하는 개인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 자신의 비즈니스가 자연스럽게 홍보되어서 입소문이 퍼지고 이 덕분에 매출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1000명의 팔로워는 단순히 게시글에 좋아요나 한 번씩 누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 비즈니스의 잠재고객이자 실질고객이 되는 것이다.


앱 서비스들이 자신의 규모를 홍보할 때 '100만 명이 다운받은 국민앱'과 같은 표현을 자주 쓰는데 어떻게 보면 다운로드 수는 인스타 팔로워가 한 번씩 좋아요를 누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표다. 내 비즈니스에 진짜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은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내 계정의 링크에 접속해서 결제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을 1000명 모으는 것은 좋아요만 누르는 사람 1만 명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비즈니스 모델 기반으로 진성 트래픽을 만드는 편이 대량 트래픽을 급하게 만드는 것보다 고정비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 의미 없는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매출은 그대로인데 인건비, 임대료, 개발비 등의 고정비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계정을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성 팔로워만 있으면 더욱 세심한 소통이 가능하고 그러면 팔로워가 내 고객으로 전환될 확률도 훨씬 높아진다.


이제 트래픽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100만 명의 팔로워를 모으는 것보다 지금 당장 100만 원의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