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예산 좀 늘려볼까?

나쁜 제품 + 마케팅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by 강센느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의 생각 | 09

마케팅 예산 좀 늘려볼까?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부침을 겪는다. 계속해서 내 브랜드가 라이징스타처럼 떠오르면 좋겠지만 시장의 환경은 늘 춘추전국시대처럼 혼란스럽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어제의 오래된 브랜드와 오늘의 새로운 브랜드가 뒤엉키며 소리 '있는' 아우성을 내지른다.


난세 속에서 내 브랜드의 트래픽이 점차 줄어들 때 개구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해결책은 당연히 마케팅,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마케팅 예산의 증액이다.


마치 자신이 주식 투자로 돈을 못 버는 이유가 시드 머니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모으는 개미처럼 개구리들은 만족스러운 매출 규모가 나올 때까지 마케팅 예산을 증액한다. 아 물론 ROAS(Return On Ad Spending, 광고 대비 매출액)는 계속해서 맞추고 있으니 광고비를 낭비할 걱정은 없다(고 개구리들은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고 내 브랜드가 부침을 겪을 때마다 마케팅 예산 증액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처음엔 그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다지 큰 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 광고 소재를 여러 차례 A/B 테스트해보면서 예산을 증액해도 ROAS는 무너졌고 그 결과 나의 모든 마케팅 활동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형국이 됐다.


그때 나는 내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자책했지만 돌이켜보니 진짜 문제는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이었다.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다


내가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할 때 여러 광고주들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애초에 기획 단계부터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상품 핵심 강점)가 확실한 상태에서 탄생한 제품은 광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편하며 실제로 광고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시장 반응도 좋다는 것이었다.


반면에 시장에 있는 기존 제품들과 그다지 큰 차별성도 없는데 광고로 차별성을 만들려고 하거나 누가 봐도 디자인이 별로인데 광고로 트렌디한 이미지를 만들려고 하는 등의 경우에는 광고 아이디어도 잘 안 나올뿐더러 혹여나 광고가 대박을 쳐도 결국에는 제품력이 좋지 않아서 얼마 안 가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다. 좋은 제품은 물이 가득한 우물과도 같아서 마케팅이라는 마중물을 살짝만 부어주면 금방 물이 샘솟는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굳이 물을 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쁜 제품은 밑 빠진 독이다. 독이 차지 않는다고 붓는 물의 양을 더 늘려봤자 독 안에는 물이 절대 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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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브랜드의 제품은 그야말로 밑 빠진 독이었다. 오히려 내가 그 나쁜 제품으로 억 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제품을 팔고 있는 경쟁사들보다 내가 광고 소재를 조금 더 잘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광고를 못했으면 초기에 제품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을 텐데 나는 그러지 못했고 결국 만회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쳤다(이 사실을 눈치챘을 때쯤에는 이미 적자 상태였다).


내 브랜드의 성장이 정체된 근본적인 이유가 마케팅이 아닌 제품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된 것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제품군으로 브랜드를 론칭한 경쟁사 덕분이었다. 그 경쟁사는 초기에 내 브랜드와 유사한 콘셉트로 시작했기 때문에 늘 나의 1등 견제 대상이었다. 실제로 나에게 접근한 한 광고대행사 매니저가 그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직접 경쟁사이지 않냐고 얘기할 정도였으니 소비자가 보기에도 그 유사성이 꽤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경쟁사가 노선을 확 바꿨다. 기존의 콘셉트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대외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톤 앤 매너를 바꿨다. 나는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견제했던 경쟁사가 하나 줄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경쟁사를 점차 모니터링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이 브랜드의 사이트에 오랜만에 접속했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내 브랜드는 정체기를 넘어서 쇠퇴기를 겪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콘셉트로 출발했던 그 경쟁사는 너무나도 잘 나가고 있었다. 배가 너무 아팠지만 왜 이렇게 다른 결과를 얻게 됐는지가 궁금해진 나는 내가 모니터링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 이 경쟁사가 어떤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추적했다.


우선 이 경쟁사는 내가 모니터링을 하지 않게 됐던 그 순간부터 쭉 바뀐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콘셉트에 맞춰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했는데 그중 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 유저가 스스로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제품 추천 글을 올렸다. 그러자 그 글을 보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들이 또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이게 3개월 정도 반복되자 이 브랜드의 인지도는 해당 커뮤니티에서 순식간에 높아졌고 그 덕분에 이 브랜드의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니 이 브랜드의 제품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반면에 해당 커뮤니티에서 내 브랜드에 대한 언급은 1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브랜드의 제품은 내가 봐도 그다지 어디 가서 자랑할 만큼 특색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라, 흔한 인테리어의 동네 카페에 방문한 것을 굳이 인스타에 자랑으로 올리겠는지 말이다. 내 제품은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동네 카페와 유사했다.


정리하자면, 내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동안 이 경쟁사는 제품력에 열을 올렸던 것이고 그 덕분에 두 브랜드의 차이는 천지차이가 됐던 것이었다. 아마도 그 경쟁사는 나보다 먼저 깨달았던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


내가 계속해서 펼치는 주장이 마치 '마케팅 무용론'처럼 들린다면 큰 오해다. 마케팅은 제품을 팔기 위해서 꼭 동반되어야 하는 활동이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내가 파는 제품이 밑 빠진 독인지 아닌지 정도는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결국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목적인 활동인데 마케팅 비용이 궁극적으로 죄다 누수될 게 뻔한 상황임을 미리 감지할 수 없다면 얼마나 낭패겠는가. 부디 당신은 그런 실수를 하는 개구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챕터에서는 내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려고 한다.


첫째, 좋은 제품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마케터가 되어준다. 당신이 100명한테 제품을 팔았는데 그중 10명이 자신의 블로그나 인스타에 자랑 글 혹은 긍정적은 후기를 올렸다면 당신의 제품은 좋은 제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ROAS라는 용어에서 R은 원래 Return(매출)을 의미하지만 나는 그보다 Review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낫다고 본다. 당신의 ROAS(Review On Ad Spending)는 얼마인가? 만약 0에 수렴한다면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둘째, 좋은 제품은 재구매율이 높다. 당신의 제품이 만약 구매 주기가 짧은 제품이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재구매율이 매우 중요하다.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에 대부분의 고객이 만족한다는 것의 방증이다. 만약 재구매율이 낮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거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당신은 계속해서 첫 고객을 만들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에 재구매율이 높으면 점점 첫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좋은 제품은 나쁜 제품도 좋아 보이게 만든다. 당신의 주력 제품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브랜드를 좋은 브랜드로 인식하게 되고 그 결과 주력이 아닌 서브 제품들까지도 좋은 제품일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만약 당신의 제품에 "이번에 이 브랜드 제품 써봤는데 너무 만족했어서 이것도 믿고 구매합니다"와 같은 리뷰가 많이 달린다면 당신의 주력 제품은 좋은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이런 역할을 해주는 주력 제품이 하나도 없다면 그저 그런 나쁜 제품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단 한 개라도 주력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 더 낫다.


넷째, 좋은 제품은 내가 생각해도 좋다. 당신이 판매하는 제품을 당신이 소비자로서 구매했다고 생각해 보자. 당신이라면 그 제품을 내 인스타에 자랑글로 올리겠는가? 당신이라면 그 제품을 고민 없이 재구매하겠는가? 당신이라면 그 제품 덕분에 그 브랜드의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겠는가? 나는 돌이켜보건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케팅하면 제법 잘 팔리니까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마케팅으로 덮어뒀던 밑천이 드러나는 순간을 맞이해야 했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제품은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나쁜 제품은 마케팅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쓴다 해도 결국엔 심폐소생이 불가하다. 그것은 마치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가 물이 더 펄펄 끓을 수 있도록 땔감을 넣는 것과 같다. 당신이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쁜 제품에 사용될 마케팅 예산을 좋은 제품을 만드는 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브랜드가 오랜 기간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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