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거까지 해야 돼?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절박함'이다

by 강센느



냄비 속에 들어간 개구리의 생각 | 10

내가 이거까지 해야 돼?


요즘엔 사업하기 참 편한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사업자등록, 제품 제조, 영업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발에 땀이 나도록 대표가 뛰어다녀야 사업체 운영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이런 시대적 수혜를 잘 누리면서 비교적 편하게 사업을 했다. 제품 제조는 제조 공장이 모여있는 플랫폼을 통해서 공장 컨택 및 협상이 가능했고 영업은 각 쇼핑 플랫폼의 광고 상품을 통해서 할 수 있었다. 나는 그저 시원한 사무실에서 제품이 잘 제조되어서 왔는지 검수하고, 고객의 주문에 맞게 품목과 수량을 잘 체크해서 배송만 보내면 됐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이처럼 사업하기 편한 환경 때문에 나는 '대표병'에 걸렸던 것 같다. 대표병에 걸린 개구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내가 이거까지 해야 돼?"이다. 그들은 특히 현장과 영업을 등한시한다. 소비자 인사이트는 온라인에서 데이터로 다 확인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고객은 온라인 광고로 얼마든지 모객 가능하다고 자신한다. 과거처럼 대표가 여기저기 영업하러 다니고 고객들 반응을 보려고 찾아다니는 것은 쿨하지 않고 구시대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영업하는 일은 분명 온라인에 비해서 효율성이 낮다. 만약 당신이 온라인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높다면 분명히 오프라인으로 직접 나가는 것보다 온라인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대표병 마인드셋이 정신을 지배하게 됐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이 수동적이고 제한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매출이 줄어들면 현장의 고객들을 직접 찾아 나서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업을 해서라도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하는데 대표병에 걸리게 되면 그런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선을 긋는다. 그저 원래 하던 방식에서 약간씩 변화를 줘보거나 그것도 안되면 시장 탓을 한다. "요즘 비수기여서 매출이 줄었나 보다" 하면서 말이다.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절박함'이다


요즘 줄 서서 먹는 베이글로 유명한 코끼리베이글을 만든 천홍원 대표는 창업 초기에 발에 땀이 나도록 뛰면서 가게를 홍보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코스트코 주차장에 가려고 정차하며 기다리는 차들 앞에 가서 자신이 만든 베이글을 무료로 시식해 보라고 주기도 했으며 매장 주변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베이글을 건네주면서 홍보하기도 했다. 그 노력 덕분에 하나둘 손님이 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코끼리베이글은 동네 빵카페를 넘어 연매출 30억이 넘는 브랜드가 됐다.



코끼리베이글 성수점 (인스타그램 @kokkilibagel)



그가 이렇게 절박했던 이유는 20~30대 때 의류 온라인 쇼핑몰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됐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살아남으려면 가만히 있기보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매출이 좋든 나쁘든 항상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면서 스스로 움직였다.


“오늘 운이 좋아서 베이글을 조금 팔았는데, 내일 손님이 안 오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날마다 했어요. 비나 눈이 오면 손님이 덜 올까 봐 걱정했고요. 이번에도 실패할까 봐 두려웠어요. 그 불안감이 긴장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코끼리베이글 천홍원 대표 (매일경제 인터뷰 中)


이러한 그의 마인드셋은 확실히 대표병에 걸린 개구리들과 상반된다. 당장에 동네 카페들을 둘러보자. 매일 손님 없이 한산한데 그 누구보다 여유롭게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카페 사장들을 생각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들에게 누군가가 "요즘 매출 괜찮아요?"라고 물으면 그들은 대답한다. "손님이 없어서 너무 힘들어요. 괜히 카페 창업한 것 같아요." 그렇게 울상을 짓고는 다시 카운터에 여유롭게 서서 그저 손님을 기다린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왜 그들은 천홍원 대표처럼 밖에 나가서라도 손님을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앞서 대표병의 부작용으로 수동성과 제한성을 얘기했는데 이 모든 현상이 결국 게으름으로 귀결된다. 부지런함과 게으름은 완전히 상반된 개념이지만 둘 다 어떤 상황에서든 동일한 관성의 작용을 받는다. 즉, 부지런한 사람은 매출이 좋든 나쁘든 계속 부지런하고 게으른 사람은 매출이 좋든 나쁘든 계속 게으르다. 그렇다 보니 부지런한 사람은 매출이 좋을 때도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매출을 만들고 게으른 사람은 매출이 나쁠 때도 게을러서 계속해서 더 나쁜 매출을 만든다. 이때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차이는 무엇이 만들까? 맞다. 바로 '절박함'의 유무다.


나 역시도 대표병에 걸린 탓에 절박함을 잃고 게으름을 얻었다. 매출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아직까지는 살만하니까 버티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냈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서 폐업을 만들고, 억 대의 빚을 만들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내 브랜드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꽤 여러 번 있었다. 오프라인으로 유통망을 넓히기 위해 영업을 할 수도 있었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객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토대로 제품을 연구·개발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런 방법들을 아예 몰랐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손님이 없는데도 여유로운 카페 사장들처럼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 광고 세팅이나 조금씩 어루만지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망하기 1년 전에도, 1개월 전에도 똑같이 말이다. 그만큼 게으름의 관성은 달콤했고 그래서 거부하기 힘들었다.




내가 이거까지 해야 돼?

응, 네가 이거까지 해도 성공할까 말 까야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전체 근로자 중 자영업자 비중 24.6%, 출처 : 한경연)이 자영업자이고 이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인으로 살기보다 자신만의 가게,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공하는 삶을 꿈꾼다.


현실을 보자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직장인일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은 10명 중 1명 꼴이며 그 외에 대부분이 직장인일 때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돈은 덜 버는 상황에 놓인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5년 내에 폐업(2019년 대한민국 자영업자 폐업률 72.3%, 출처 : 중앙일보)하고 빚만 끌어안는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이처럼 정확한 통계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자신은 다를 거라 생각하며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나도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만 따르는 직원이 아니라 나만의 일을 하는 대표가 되고 싶어!"라는 당찬 포부와 함께 말이다. 뭐 그런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적어도 대표라는 직함의 명예만이 아니라 그 직함이 가진 무게까지도 감당하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 직함에는 단순히 명예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책임이 함께 따르기 때문이다.


창업 '전선'은 말 그대로 전쟁터다. 대표가 된다는 것은 한 군대의 사령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적은 한시도 당신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당신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무슨 일이든 궁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부대원이 없는 1인 군대라면 당신이 병사가 되어서 총, 칼, 돌 무엇이든 들고 전쟁에 나서야 하고 만약 병사가 있는 군대라면 빠르게 전략을 세워서 병사들을 움직여야 한다.


당신이 어떤 직장에서 일개 병사였을 때는 당신이 혼자 게으름을 피워도 집단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겠지만 당신이 사령관이 되었을 때는 얘기가 다르다. 무능한 사령관의 게으름은 군대 전체를 패배로 몰아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대표가 되기로 했다면 "내가 이거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절박함이 마케팅 예산을 1000% 증액하는 것보다 훨씬 더 탁월한 성과를 만들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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