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73
예전에 브랜드 소셜 살롱에 참석한 적이 있다. '브랜드'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는데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발표하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저는 현대카드를 좋아합니다. 대학생 때 동경하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가 저와 함께 먹은 치킨값을 결제할 때 지갑에서 꺼냈던 미니멀하고 섹시한 디자인의 현대카드를 잊지 못하거든요. 그때부터 현대카드는 저에게 힙한 어른의 상징이 됐습니다. 물론 현재 제 지갑에는 현대카드가 꽂혀있고요.
나의 발표가 끝나고(공교롭게도 첫 번째 순서였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얘기했는데 재밌는 사실은 다들 브랜드 비전이나 미션 등의 요소들에 공감하고 일체감을 느껴서라기보다 그 브랜드를 만났던 어떤 인상적인 순간들 때문에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됐다고 대답했다는 점이었다. 나처럼 말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그 물음 끝에 몇 가지 내가 경험했던, 혹은 들었던 사례들이 떠올랐는데 그 조각들이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나열해봤다.
① 해외여행 시 앱을 통해서 호텔을 예약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탓에 시원한 답변을 받지 못했고 그 뒤로 다시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기 전까지는 정말 완벽하게 편리한 앱이었는데 말이다.
② 평소에 스마트한 기업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있는데 그곳의 브랜드 마케터와 만나서 대화를 할 기회가 생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서 소비자보다 인사이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뒤로 그 브랜드에 괜히 호감이 가지 않았다.
③ 상해 여행 중에 특정 명품 브랜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도배한 중국인을 봤다. 귀국하고 얼마 안 가 공교롭게도 돈 자랑으로 유명한 동네 아줌마가 똑같은 브랜드의 가방을 보란 듯이 매고 다니는 것을 목격했다. 그 뒤로 그 브랜드는 사치가 심한 사람들의 것으로 느껴졌다.
흔히들 브랜드 이미지가 잘 짜인 IMC 전략이나 브랜드 컨설팅 업체의 그럴싸한 브랜드 브리프와 같은 것들로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면 브랜드 이미지란 그런 것들보다 더 사소한, 개인이 브랜드와 만났을 때 받는 하나의 '인상'으로 결정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연유로 브랜드를 관리할 때는 무엇보다 일관성이 중요하다. 브랜드와 연관이 있는 모든 것들, 심지어 그 브랜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성향까지도 이미지에 영향을 주니, 아무한테나 파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심한 관리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성이 유지됐을 때 비로소 브랜드가 바라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