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72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다. 다만 <논어>의 말을 빌리자면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 하였으니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 못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람은 슈퍼 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에 기억 용량에 한계가 있으며 개개인의 삶이 가지는 물리적 한계성에 의해 살면서 알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유로 각 분야엔 한 우물을 팠기에 남들보다 더 능통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며 모든 사람이 그런 전문성에 대해서 비용을 지급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능력이 지니는 가치를 인정해준다.
그리고 꼭 전문성이 아니더라도 개개인이 지닌 기호에 따라 각각이 지니는 지식의 성질은 판이해진다. 그런데 만약 서로가 이런 차이를 존중하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사들이 의학 용어로 진단을 내리고 못 알아듣는 환자에게 그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준다면, 영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국 문학의 작품을 들먹이며 국내 작품인데 그것도 모르냐고 쪽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그보다 무식하고 불편한 폭력이 있을까?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불편함은 둘째치고 대화의 주제가 그가 판 우물로만 고이게 된다는 점이 더욱 곤욕이어서 얼른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아는 것은 힘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타인에게 힘으로 행사하는 순간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온 환경에 따라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알고 있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아는 것을 누구나 아는 상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