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리모델링 : 브랜드 같은 집 만들기
1부. 리모델링 : 브랜드 같은 집 만들기1부. 리모델링 : 브랜드 같은 집 만들기
마케터의 집꾸미기 | 1부. 브랜드 마케팅처럼 집 리모델링하기
나와 아내는 주말마다 인스타에서 핫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다. 그게 카페든 관광지든 혹은 무명의 거리이든 가리지 않고 인스타 피드에서 눈에 띄는 비주얼을 가진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닌다. 이런 성향을 가진 부부이니 집에도 핫플레이스의 인스타 포토존처럼 멋지고 설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10년 넘은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집을 신혼집으로 마련한 우리는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집의 컨셉을 정했고, 그 컨셉을 잘 살려줄 만한 리모델링 업체도 선정했다. 남은 일은 업체와 세부사항을 정하는 일이었다.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해 업체와 미팅을 하던 도중 우리는 집에 인스타 포토존과 같은 포인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업체에 전달했다. 그래서 업체와 관련해서 오랜 논의를 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인스타 포토존이 완성됐다.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공간에 아일랜드 식탁을 만들었는데, 식탁의 아랫부분에 보통 여닫이 형태의 수납공간을 마련하지만 우리는 그 대신에 매거진랙과 진열장을 설치하여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실용성 측면에서 그리 좋지 않은 디자인이지만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위치에 이런 포인트 공간이 마련되니 인테리어 컨셉도 확실해지고 집의 사진을 찍을 때도 멋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인스타 포토존의 핵심은 정사각형 안에 눈에 띄는 비주얼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화면을 빠른 속도로 내리기 때문에 그 찰나의 순간에 눈에 띄지 못하는 비주얼이라면 콘텐츠로서 좋은 반응을 얻기가 어렵다.
마케팅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를 후킹 요소라고 하는데, 리모델링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몇몇의 인테리어 인플루언서들은 하나같이 이런 후킹 요소가 있는 집에 살고 있었다.
인스타에서 후킹 요소를 가지기 위해서 기억해야 할 사항은 첫 번째, 차별성이다. 남과 다른 '나'만의 비주얼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우리는 사전조사를 통해 아일랜드 식탁은 흔하지만, 아일랜드 식탁에 매거진랙을 설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번째, 심미성이다. 인스타는 비주얼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이기 때문에 유저들의 심미적 기준이 타 플랫폼 대비 높은 편이다. 그래서 단순히 차별성만 있는 이미지는 눈에만 띌 뿐 클릭까지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에, 차별성과 심미성이 동시에 높은 콘텐츠는 클릭 후 공감, 댓글과 같은 2차 반응으로 이어진다.
나는 리모델링된 아일랜드 식탁의 심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 고심했고, 그 끝에 킨포크 잡지를 매거진랙에 꽂고 진열장에는 디자인 향초를 미니멀하게 진열했다. 그리고 인스타 콘텐츠용 사진을 찍을 때는 정사각형 앵글 안에 지저분하게 들어오는 요소가 없도록 물품들을 재정렬했다.
언젠가, 눈이 소복이 쌓인 인제의 자작나무 숲 사진을 인스타에서 보고 그다음 날에 바로 인제로 향한 적이 있었다. 사실 그날뿐만 아니라 최근 2년 새 떠났던 여행 대부분이 그런 식이었다. 예전엔 여행지를 찾을 때 많은 부분을 고려했지만 요즘엔 인스타에서 사진 한 장만 보고 여행을 결심한다.
나는 이게 인스타그램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미사여구가 붙은 긴 글보다 사진 한 장이 가지는 힘. 나는 우리 집도 여행지만큼 설레는 풍경을 가진 공간이 되길 바랐다.
집을 인기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이렇게 공을 들이게 된 건 어쩌면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서 마케터로서 발동한 '직업병적 집착'이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그 과정에서 피로도가 꽤 컸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 부부가 만족하는 집이 완성됐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공감받는 집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전히 집을 여행 중이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풍경을 보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리듯, 집에서도 하루에 몇 번이고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고 셔터를 누른다. 인스타 포토존을 가지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여행지만큼 설레는 공간이 된 우리 집, 이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는 일은 기대 이상으로 우리 부부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여러분의 집에서 인스타 포토존을 꼽는다면 어디가 될까? 마땅히 떠오르는 공간이 없다면 지금부터 꼭 만들어보길 바란다. 그 노력으로 인해 집은 여행지만큼 설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