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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만 스쳐도 인연

1일1생각 #39

by 강센느

"00님이 라이킷했습니다." 요즘에 내가 제일 기다리는 메시지다. 내가 쓴 글에 누군가가 공감해줬다는 것을 의미하는 이 짧은 문장이 내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고, 계속해서 글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을 설레게 만들어준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인연이라는 단어는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옷깃만 스쳐도 관계가 맺어진다니 참 말이 안 된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77억 인구 중에서 나와 옷깃을 스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서 말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득, 요즘에 옷깃을 대신하는 것이 '좋아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일면식도 없고, 앞으로도 살면서 옷깃조차 스칠 일이 없음에도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그저 옷깃만 스친 이들보다 더 인연이 아닐까 하며.


언젠가 내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해서 쓴 글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브런치의 바닥 깊숙한 곳까지 가라앉아가고 있던 그 어느 날. 누군가가 그 깊숙한 곳까지 굳이 찾아와서 나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일이 있었다. 아마도 그 사람은 웹서핑 중에 우연히 나의 글을 마주 했을 테고, 정말로 한없이 사소한 이유로 나의 글에 좋아요를 눌렀을 테다.


하지만 그 사소한 이유가 나에겐 글을 계속 써야 할 위대한 이유가 되었고 그 날 이후로도 꾸준히 나는 누군가의 사소한 이유에 의해 꿋꿋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확신하게 됐다. 옷깃을 스치는 것은 우연이지만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인연이라고. 나는 오늘도 그 인연들에 힘입어 글을 쓴다.


* 부족한 글에 꾸준히 관심을 주시는 나의 '인연'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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