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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이 판사에게 미치는 영향

1일1생각 #40

by 강센느

행동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교수는 인간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비일관적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사례를 발견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카너먼 교수는 가석방 승인과 관련된 통계를 살펴봤는데, 판사 8명이 가석방 신청을 검토하며 평균 6분 만에 결정을 내리는데, 식사 직후에는 가석방 승인 비율이 65%였던 반면 식사 전 2시간 동안에는 승인 비율이 점점 떨어지다가 식사 직전에는 0%로 감소했다.


가석방을 승인할지 말지는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데 고작 '배고픔'이라는 변수에 의해 그 결괏값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심지어 그 결정권자가 이성적 판단의 최전선에 있다고 인정받는 판사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이 통계를 통해서 카너먼 교수는 인간이 얼마나 주변 요소에 의해 일관성을 잘 잃는 존재인지에 대해서 밝혔지만, 나는 그와 다른 측면에서 인간에게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누구나 잘 알듯 먹는 일을 소홀히 하면 우리의 몸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몸이 무너지면 정신은 어찌할 바 없이 같이 무너지게 된다.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그릇이 깨지면 거기에 담긴 정신은 평온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 이론>은 이러한 인간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


인간의 욕구는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하위 단계의 욕구 충족이 상위 계층 욕구의 발현을 위한 조건이 된다는 매슬로(Maslow)의 심리학 이론인데, 그의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생리적 욕구인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욕구를 발현하기가 힘들어진다.


가석방 승인 통계를 이 이론을 토대로 다시 살펴본다면, 판사는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좋은 판사로서 인정받고 싶은 '자기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발현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 이제 판사조차 배고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심리학 이론과 실제 통계를 통해서 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이 사실을 잘 활용하여 삶을 더 지혜롭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가령, 취준생의 경우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보낼 때 이왕이면 점심 식사 이후 시간대에 보내는 것이 좋으며 직장인의 경우 중요한 서류를 상사에게 결재받을 때 역시, 점심 식사 이후 시간대에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누군가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길 때는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 그 사람의 배고픔을 해결한 뒤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중요한 사람과 미팅을 할 때 식사를 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배고픔은 우리에게 이토록 '위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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