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집꾸미기 : 인테리어 브랜드 이야기
2011년, 국내 진출을 위해 이케아(IKEA)가 관련 부지를 매입하던 때부터 국내 유수의 가구 브랜드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그들은 "거대 공룡 이케아가 국산 가구 브랜드들을 망하게 만들 것"이라며 한국 진출 반대 성명을 꾸준히 냈지만, 그 반대가 소비자들의 응원과 공감이 담긴 반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케아의 진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14년 12월, 긴 잡음 끝에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경기도 광명시에 1호점을 열었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결론적으로 당시에 우려를 표했던 국내 가구 기업들은 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케아가 만들어 낸 집꾸미기 열풍에 힘입어 관련 시장의 수요가 더욱 커졌고, 그 덕분에 이케아 진출 이전보다 가구 업체들의 매출이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 다채로운 컨셉의 가구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여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호재'가 됐다.
이처럼 결과론적으로만 보면 호재가 됐지만 당시 국내 가구업체들이 이케아를 두려워했던 것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할 당시 연매출은 약 37조 원에 육박했고, 매년 세계에서 생산되는 목재 중 1%를 이케아에서 사용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를 가진, 말 그대로 '거대 공룡'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가구 시장은 연간 5조 원 정도의 규모였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국내 시장에 잘 정착한 이케아는 이후로도 추가 지점을 개점해오며 국내 집꾸미기 시장의 트렌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고, 요즘엔 신혼부부들이 집꾸미기를 할 때 필수로 찾는 코스가 됐을 정도로 집꾸미기와 떼놓을 수 없는 필수 브랜드가 됐다.
이케아는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북유럽은 고위도에 위치하여 낮이 짧고 밤이 길기 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긴 편이다. 이 때문에 집안의 가구를 자주 바꿔줌으로써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가구 문화가 발달했고, 이런 환경 속에서 스웨덴의 가구는 지속성보다 '실용적인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이케아는 바로 이러한 스웨덴 가구 문화의 특징이 잘 담긴 브랜드다. 가구를 자주 바꾸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가구의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데, 이케아는 완제품이 아닌 DIY로 제품을 판매하고, 부동산이 저렴한 외곽지역에 매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비용 절감을 이뤄냈다.
그리고 이런 특징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이케아만의 독특한 브랜드 컨셉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케아는 비용절감과 브랜딩을 동시에 이루는 1석2조의 효과를 얻었다.
나 역시도 도시 외곽에 위치한 이케아 매장을 방문할 때, 먼 거리가 다소 부담되긴 했지만 막상 매장에 도착하니 오히려 외곽에 위치해서 스웨덴에 여행을 간 것 같은 이색적인 느낌을 받았고, 가구를 조립할 때는 번거롭다기보다 손수 무언가를 만든다는 성취감이 더 커서 기분 좋게 조립했었다.
우리 부부가 한참 인테리어에 열을 올릴 때는 매주 주말마다 이케아 매장을 찾았는데, 주로 제품을 사러 가기보다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을 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매장에 방문했다.
이케아 쇼룸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는 이케아 가구가 점점 늘어났다. 나에게 이케아 가구는 기술로 치자면 비기(비장의 기술)가 아니라 '기본기'에 가깝다. 풀어쓰자면, 비기는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아이템이고, 기본기는 튀진 않지만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아이템이다.
이케아는 압도적인 퀄리티보다 '합리적인 가격'을 우선 가치로 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간의 포인트로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치, 우리가 옷은 SPA 브랜드를 입어도 가방이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줄 때는 SPA 브랜드가 아닌 명품을 활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로 이케아는 가구계의 SPA 브랜드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집에서는 거실, 서재, 드레스룸에 이케아 가구를 사용 중인데 다음과 같이 각 공간에서 기본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광폭 베란다를 확장함으로써 넓은 공간이 생긴 거실에는 이케아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펜던트 등을 배치하여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이때, 테이블이나 의자를 더 독특한 디자인의 이케아 제품으로 구매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이케아 제품이 우리 집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기본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케아로 공간의 기본을 잡고,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멋스러운 디자인의 벽시계와 다른 소품들로 줬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비기는 자연스럽게 나온다. 위 사진은 비 오는 날에 향초를 켜놓고 커피를 마시던 날 찍은 건데, 만약 테이블이나 의자가 요란한 디자인이었다면 이런 정제된 분위기가 연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서재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케아는 공간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한쪽 벽면에 벽선반과 옷장을 배치하여 서재방에 있는 4면의 벽면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기본구조를 만들었다. 핵심은 여기서도 이케아는 인테리어의 포인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재방에 인테리어 포인트를 어떻게 줬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
드레스룸의 포인트는 가구가 아니라 옷이다. 옷의 컬러와 디자인을 잘 볼 수 있게 하려면 가구는 당연히 튀지 않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케아는 드레스룸 가구로 최적의 아이템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드레스룸의 모든 가구를 고민 없이 이케아로 선택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해서 인테리어 관련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