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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오브제가 된 컴퓨터, 애플

2부. 집꾸미기 : 인테리어 브랜드 이야기

by 강센느

집을 인테리어 할 때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각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가령, 지인을 초대하는 일이 많은 사람은 다이닝 룸 인테리어에 힘을 싣고, 집에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서재에 힘을 싣는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집은 공간별로 인테리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진다. 집주인이 좋아하는 공간만 인테리어가 덧대어지고, 집주인이 별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공간은 인테리어 사각지대가 된다. 우리 부부는 우리 집의 그 어떠한 공간도 이와 같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길 바랐다.




우리의 시간은 어느 공간에 자주 머무를까?


우리 집의 도면도


우리 집은 방 3개가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 구조다. 우리는 각 방의 용도를 침실, 서재, 드레스룸으로 정했다. (이건 사실 거의 대한민국 아파트 국룰에 가까워서 아내와 나는 크게 이견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용도를 정하고 나니, 이 중에서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은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이 대략적으로 예상됐다. 전자는 거실이었고 후자는 서재였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서재는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시간을 보낼 일이 거의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이런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백지장' 같은 서재를 꿈꾸다


집의 공간들은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 거실은 '소통', 침실은 '휴식', 욕실은 '비움'. 그런 측면에서 서재는 우리에게 '창조'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창조는 無에서 有를 만드는 것이니 서재가 창조의 공간이 되기 위해선 당연히 無(empty)에 가까운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無의 성질을 어떻게 인테리어에 반영할 수 있을까? 나는 고민 끝에 '백지장'을 떠올렸다. 크리에이터는 언제나 새하얀 백지장 앞에서 고뇌해야 한다. 누군가 이미 채워놓은 것에 자신의 것을 덧붙이는 것은 온전한 창조가 될 수 없다. 백지장은 비워진 만큼 채울 수 있는 역설적인 성질을 가졌다.


흰색으로 통일감을 준 가구


'백지장'이라는 컨셉이 정해지니 인테리어에 대한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메인 컬러는 당연히 White가 됐고 방에 놓이는 가구, 소품은 모두 심플한 디자인으로 선택됐다.



공간을 새하얗게 만들어놓고, 원래 사용하던 검은색 본체의 데스크톱을 배치해보니 심미적으로 보기가 안 좋았다. 마침 컴퓨터의 성능이 많이 떨어져서 새로운 PC를 구입하려던 터라 고민 없이 우리는 애플의 컴퓨터인 iMac을 들였다.




컴퓨터라기보단 디자인 오브제에 가까운


우리가 흔히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는 제품의 가성비를 가장 먼저 따지지만 그 고민 선상에 애플의 제품이 들어오면 가성비를 고려하는 이성이 일정 부분 마비가 된다. '애플 감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브랜드의 독보적인 철학이 담긴 그들의 제품 디자인은 낮은 가성비를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iMac을 샀다.



애플의 제품은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에서도 iMac의 디자인은 가히 압도적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정한 각도의 곡선으로 마무리된 디스플레이의 엣지,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지해주는 지지대의 유려함,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롱한 빛의 메탈 소재, 그리고 이 모든 디자인의 방점인 양 우아하게 찍혀있는 애플의 로고까지.



책상 위에 iMac이 놓이자 비로소 서재의 인테리어는 완성됐다. iMac은 컴퓨터라기보단 디자인 오브제에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백지장처럼 여백이 가득한 공간에 배치하니 그 진가가 더 발휘됐다.



Think different.


애플의 브랜드 철학이 담겼던 이 광고 메시지처럼 iMac은 분명 일반 컴퓨터와는 확연히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몇 GB인지, 램의 성능은 어떤지, 그래픽카드는 어떤 게 들어갔는지를 비교하던 기능 중심의 카테고리에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성능도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가격이 더 비쌀 뿐)


이처럼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의 제품이 메인 오브제로 자리 잡은 서재는 우리가 바랐던 '창조'의 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


(다음 화에서 계속해서 인테리어 관련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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