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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나이 들수록 연비가 좋아질까?

1일1생각 #45

by 강센느

나는 원래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다. 적어도 20대 중반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20대 중반이 넘어가니 점점 몸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때까진 괜찮았다. 식사량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몸무게가 원상복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른이 넘으니 굶어도 살이 안 빠진다.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바꼈다고 의심이 될 정도로 먹는 음식은 곧이곧대로 살이 되고 있다.


이렇게 내 몸이 급작스럽게 변한 이유가 궁금해서 자세히 알아봤더니 기초대사량이 문제였다. 기초대사량이란 사람이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젊을 때는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많이 먹어도 에너지로 다 소모하기 때문에 살이 붙지 않는다.


반면에 나이가 들면 애석하게도 기초대사량이 점점 줄어들어서 젊을 때와 동일한 양을 먹어도 에너지로 소모되는 건 일부이고, 남은 영양분은 모두 살이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걸 기계의 연비로 생각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은 연비가 좋아지는 꼴이 된다는 점이다. 동일한 양의 연료를 사용했을 때 늙은 사람이 더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계는 연소되고 남은 연료가 살이 되지 않지만 인간은 살이 된다는 점에서 이 연비가 ‘반갑지 않은 연비’가 되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기초대사량을 나이가 들어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야 하는데, 운동이라는 활동이 연비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활동이라는 점이다. 운동으로 근육을 찢고 찢어진 근육을 회복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해야 비로소 근육량이 늘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연료의 양이 기초대사량을 웃돌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과정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안 그래도 기름값이 아까운데 더 많은 기름이 들어가는 차가 되기 위해서 급제동, 급정거를 하면서 더 많은 연료를 ‘일부러’ 소모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상 운동을 안하는 이유에 대한 장황한 변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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