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생각 #46
대학생 때, 나는 유럽여행을 앞두고 여행에 굳이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가져가야 할지 혹 그런다면 삼각대도 챙겨야 할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또 여행 후기도 찾아봤지만 시원한 답을 얻기는 커녕 그 시간에 비례해서 고민만 더 가중됐다.
여행 내내 어깨를 짓누르는 그것의 무게를 원망했으며 심지어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는 누군가의 말에 카메라를 과감히 내려놓았다가도, 폰으로 찍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찍어왔는데 집에 와서 큰 화면으로 보니 DSLR의 것과 차이가 많이 나서 후회를 했다는 누군가의 말에 다시 그것을 꺼내 들기를 수차례.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면서 생긴 카메라 가방의 주름은 나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는 듯 신경질적으로 깊게 패여 있었다.
그렇게 온갖 상념과 고민에 주눅이 든 마음 한편의 설렘을 부여잡고 다시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조언들을 살펴보던 중 놀랍게도 누군가 무심히 달고 간 한 줄의 댓글이 나의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DSLR을 가져간 사람은 여행 내내 후회 하지만 DSLR을 안 가져간 사람은 평생을 후회한다.
구구절절한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들이 압축되고 정리됐을 때, 그리고 깔끔한 문장으로 재가공 됐을 때 그것이 발하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을 나는 그때 느꼈다. 결론적으로 나는 그 말에 마음이 동해서 DSLR을 챙겼었고, 덕분에 아직까지도 그때 찍은 고화질의 사진들을 보며 마음에 위안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