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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개인의 삶은 매우매우 주관적이다.

1일1생각 #47

by 강센느

지인(이하 A)이 이직을 했다. A가 이직한 회사는 예전에 TV 광고로 활발하게 매스커뮤니케이션을 했던 터라 이름 정도는 들어본 회사였다. 그런데 그 이후로 꽤 오랜 기간 그 회사의 소식을 접한 적이 없었어서 사실 나는 그 회사가 망한 줄 알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회사의 서비스를 써본 적도 없고 그 분야에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 회사가 잘 생존하고 있는지를 내가 파악하는 방법은 얼마나 활발하게 광고를 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 외엔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직은 새로운 시작이기에 축하를 해줬다. 그리고 그 회사의 근황이 궁금해져서 몰래 찾아봤다.


00000 전년 대비 매출 2배 성장, n년간 성장세 이어가는 중


놀랍게도 그 회사는 TV 광고 이후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고 내가 처음 접했던 때보다 훨씬 큰 회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A와 내가 참여하고 있는 단톡 방에서 A가 이직 소식을 알렸다. 나는 이미 그 회사가 꽤나 비전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진심을 담아서 축하해줬다. 그런데 단톡 방의 지인(이하 B)이 이렇게 얘기했다.


거기, 요즘 괜찮아? 망한 줄 알았는데..


나는 그 메시지에 낯이 뜨거워졌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 B에게 갠톡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려야 할까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A는 그런 질문을 많이 들어봤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아,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ㅋㅋㅋ 다른 사람들도 다 망한 줄 알더라"




단톡방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안 가, A를 알고 있는 지인(이하 C)을 만나게 되어, A의 이직 소식을 내가 알려줬는데, C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아~ 거기 요즘 엄청 잘 나가던데 잘됐네!


알고 봤더니 C는 그 회사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A의 이직 소식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총 3회에 걸쳐서 경험하게 됐다.


A가 이직한 회사는 현실세계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꽤나 많은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망한 회사'가 되어있었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모든 개인은 주관성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세계를 인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색안경의 채도를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나 외에 주변에 대한 관찰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해서 평가가 필요한 때에는 무작정 내 주관성에 기대어 평가하기보다 색안경의 채도를 현실세계에 맞추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적정한 객관성을 확보한 뒤에 평가해야 더 건강한 피드백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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