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집꾸미기 : 인테리어 브랜드 이야기
인테리어 소품 중에서 집의 분위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게 뭘까? 나는 두말할 것 없이 '조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무리 칙칙한 분위기의 집이라고 할지라도 은은한 주황빛의 조명을 틀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골목 으슥한 곳에 있을 법한 분위기 좋은 재즈바와 흡사한 풍경이 연출된다.
단, 조명이 드라마틱하게 집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시간은 해가 진 이후의 시간으로 한정된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조명으로 예쁘게 화장했던 방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처럼 조명이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1/3 정도의 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에 조명은 선반 위에 놓인 장식품과 다를 바 없는 '관상용 소품'이 된다. 그렇다면 조명은 하루 중 2/3의 시간에는 무용지물이 되는 걸까? 이태리 조명 브랜드 아르떼미데(Artemide)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르떼미데는 1960년, 에르네스또 기스몬도(Ernesto Gismondi, 현 회장)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다. “시간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디자인”이라는 모토 아래 설립된 아르떼미데는 그 네이밍의 어원을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르떼미데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조명 브랜드는 조명의 '심미성'에 주목했고, 그 결과 기존에 단순히 빛을 내는 목적으로써 존재하던 조명들과는 다른 새로운 방향성의 조명을 탄생시켰다.
이 브랜드가 탄생했던 시기에 이태리는 세계 2차 대전으로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스타일이 생겨야 한다는 사회적 기조가 있었다. 아르떼미데는 어떻게 보면 그 요구에 대한 답이었다.
크리스탈, 구리, 놋쇠 등 새로운 재료를 조명 디자인에 활용함으로써 아르떼미데는 이전에 보지 못한 혁신적인 조명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아르떼미데는 단순히 디자인만 아름다운 조명이 아니었다. 그들의 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실용적으로 쓸 수 있도록 기능성까지 감안하여 디자인했다.
그 디자인 철학의 정수가 담긴 티지오(Tizio)는 전선이 조명기구 안에 감춰진 최초의 디자인이었다는 점과 자동차용으로만 쓰이던 할로겐램프를 조명기구에 사용했다는 의미에서 조명 디자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시간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디자인
아르떼미데는 꾸준히 인간 중심의 디자인으로 조명의 역사를 새로 써왔고, 그 결과 그들의 모토처럼 시간을 초월하여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신혼집을 인테리어 하기 전에 아르떼미데라는 브랜드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조명이 인테리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기에 신혼집에는 조금 더 근사한 조명을 놔두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명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모두 '디자인'이었다. 오랜 시간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조명을 찾다가 지쳐갈 즈음, 우연히 아르떼미데를 발견했을 때는 부력을 발견한 아르키메데스의 심정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내가 그토록 조명의 디자인에 집착했던 이유는 이 조명이 놓일 공간이 거실의 중앙이었기 때문이다. 이 위치는 우리 부부의 생활권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공간에 놓일 소품들보다 특히 심미성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구매한 제품은 Nessino인데, 간결한 컬러와 디자인을 가졌기 때문에 어디에 놔둬도 무난한 케미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이 제품만 떼어놓고 보면 UFO와 버섯이 연상되는 독특한 디자인이어서 결코 무난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이 무난함과 독특함의 중간지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잘 잡아주는 Nessino의 특징이 마음에 들었다.
낮에 더 아름다운 조명, 아르떼미데
내가 거실 한가운데 조명을 배치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아무리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조명도 낮에는 무용지물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르떼미데는 유려한 디자인을 가진 덕에 밤보다 낮에 더 아름다웠고, 그래서 아르떼미데가 놓인 우리의 거실은 낮에도 밤에도 빛나는 공간이 됐다.
(다음 화에서 계속해서 인테리어 관련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