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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n Oct 29. 2024

해충 퇴치의 기록

식물에 밥 주기 - 응애와 천적

9월 21일, 문득 마주친 거북 알로카시아의 잎이 심상치 않다. 먼지 같은 알갱이가 껴 있고 잎 표면에 하얀 반점이 잘게 생긴 것이다. 지금 보면 전형적인 '응애' 발생으로 인한 현상이었다. 응애라니, 이름만 들으면 세상 무해할 것만 같은 존재로구나.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과습이나 강한 빛으로 인해 변색되는 경우는 종종 있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해충에 대한 가능성은 떠올리지 못했는데,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운 1년 동안 딱 한 번 석송에 진딧물이 생겼던 것 말곤 병충해를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진딧물은 유독 그 화분에만 발생해서 '꽃집에서 구매했을 때부터 진딧물이 따라온 게 아닐까' 짐작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진딧물 방제를 위해 식물 유튜브를 찾아보며 여러 해충을 알게 됐다. 깍지벌레, 총채벌레, 응애, 뿌리파리 등. '세상에는 해충도 참 많다'하면서도, 이런 것들은 식물을 되게 많이 키우는 집에서나 발생하는 것들이라 여겼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뿌리파리도 생겼었구나.


응애 발생 초기의 알로카시아 아마조니카의 잎과 그렇지 않은 싱싱한 잎


자취를 하다 보면 집 안에 나타나는 날벌레에 예민해진다. 본가에 살 땐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눈에 띄는 빈도로 미루어 보아 외부 침입이 아닌 내부 발생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녀석들. 식물을 키우기 전엔 초파리나 벼룩파리가 집안 날벌레의 대부분이었다. 과일을 많이 먹지 않는 우리 집은 초파리보단 벼룩파리가 많았다. 자취 경력 10년 차, 이번 여름은 최초로 벼룩파리를 거의 안 마주치고 넘길 수 있었다. 노하우는 종량제 봉투를 한 템포 빠르게 내다 놓는 것. 대신 올여름은 다른 게 보였다. 바로 뿌리파리였다. 이 날짐승은 벼룩파리보다도 작고 연약하다. 식물을 기르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활 반경과 겹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존재. 이 생물은 주로 식물 주변을 맴돌거나 관엽식물의 넓은 이파리 뒷면에 앉아서 휴식을 즐긴다. 날아다닐 때 거슬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문제는 애벌레다. 유충이 식물의 뿌리를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그래서 뿌리파리일까? 화분 아래쪽에 틈이 있어 뿌리로의 접근이 용이한 슬릿분을 주로 사용한다면, 뿌리파리가 번식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수가, 이 정도면 식물들 뿌리가 남아나질 않겠다는 걱정에 닿을 무렵 결단을 내렸다. 방제에 사용한 것은 비오킬이었다. 분무가 아닌 물에 희석하여 관수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앞서 언급했듯 날아다니는 뿌리파리는 별 위협이 되지 않았기에 굳이 분무해 퇴치할 필요가 없었고, 그런 식으로 뿌리파리를 잡아도 화분 속에 있는 유충엔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유충을 제거하기 위해선 물에 섞어 들이붓는 수밖에. 그럼 자연스레 날벌레도 잠잠해질 것이다. 2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물을 줄 때 비오킬을 5:5 비율로 섞었다. 방제는 성공적이었다.






진딧물 때는 농약을 사용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었다. 농약 문제라기보다는 내 숙련도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진딧물은 지독한 놈이었다. 허약한 뿌리파리와 비교도 되지 않는 포악함을 지녔다. 실시간으로 식물의 생명력이 사그라드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큰맘 먹고 산 석송을 떠나보냈지. 그래서일까? 이번에 발생한 응애에는 유튜브에서 많이들 추천하던 농약 분무 방제 방식을 사용하는 게 망설여졌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천적을 이용한 방제법. 잎응애인 점박이응애를 잡아먹는 사막이리응애를  풀어놓는 것이다. 잎을 주식으로 삼는 점박이응애는 그대로 두면 엽록소를 망가뜨려 광합성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마침내는 잎을 미라로 만든다. 사막이리응애는 육식성으로, 점박이응애를 먹는다. 정확힌 점박이응애의 유충과 알, 그리고 약충을 먹는다. 시간이 흘러 모든 점박이응애가 멸종되면, 먹이가 사라진 사막이리응애 역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춘다. 이상적이지 않은가?


쭉 빨아먹고 껍질만 남긴다. 코퍼트 코리아 https://www.youtube.com/watch?v=fgYv13eQlX4


처음 관찰한 거북 알로카시아 외에도 대부분의 프라이덱과 몇몇 거북 알로카시아에 응애가 퍼져 있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산 프라이덱 화분이 발원지인 것 같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면 미세한 하얀 점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너무 작아서 다리 개수까지는 안 보인다). 응애는 거미의 한 종류라고 하는데, 잎에 거미줄이 생겼다면 십중팔구 응애의 짓일 것이다. 응애는 잎과 잎이 닿아있을 때 다른 화분으로 건너간다.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최대한 육안으로 살펴 응애가 생긴 화분을 분리조치 시켰고, 이윽고 배송 온 피스칼 티백을 사용했다. 잎응애가 발생한 식물의 줄기나 잎에 걸어두는 방식이다.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2-4주 정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자 이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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