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작업

티슈 제작기 ⑧

by sen

편에서 이어집니다


‘한 달이면 되겠지’ 했던 작업이 어느덧 두 달을 꽉 채워 가고 있었다. 2025년 2월의 막바지, 대학원 동기 3인방의 zine 제작기는 드디어 끝이 보였다. 제본까지 완료된 『티슈』가 도착했고, 이제는 정말 몇 가지 공정만이 남았다.


8편이미지1.png 『티슈』와 함께 동봉될 스티커



『티슈』의 컨셉은 말 그대로 휴지였다. 우리 주변의 많은 휴지를 떠올려 보면, 대부분 ‘향기’를 머금고 있다. 우리는 『티슈』에도 향을 입히기로 했다. 시각과 촉각에 이어 후각으로도 『티슈』를 느낄 수 있는, 꽤나 공감각적인 zine이다.


종이로 된 인쇄물에서 향이 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처음에는 향을 입힌 책갈피 같은 것을 동봉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하지만 zine 자체에서 향이 난다면 의미가 더욱 적절할 것 같았다. zine에 액체 향수나 방향제를 뿌리는 방법을 떠올렸지만, 종이가 변형될 우려가 있었고 향의 지속력도 불확실했다. 그러던 중 올리브영을 둘러보던 진수가 파우더 형태의 데오도란트를 집어 들었다. 그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데오도란트 살포 중인 진수



가장 중요한 건 포장이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포장이 되어 있지 않다면 고객을 만날 수 없다. 포장 역시 한 땀 한 땀, 100% 핸드메이드다.


예전에 신발을 진공 랩으로 포장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막 공장에서 나온 상품처럼 깔끔하게 패키징 되는 모습이었다. 물론 비닐팩을 활용하면 작업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그만큼 포장된 상품의 미감이나 완성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하는 입장에서도, 깔끔한 포장이 주는 안정감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느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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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포장해보자



쿠팡에 ‘수축랩’을 검색하니 상품이 주르륵 떴다. 사용법은 어렵지 않았다. 수축랩 비닐을 상품 크기에 맞게 자르고, 상품을 넣은 뒤 드라이어 열을 쐬어 주면 진공 포장이 된다. 우리는 48부의 zine을 포장해야 했고, 세 명이 분업해 공장을 돌리면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몇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우선 신발과 달리 우리의 48쪽 종이 뭉치는 비닐의 강한 수축을 견디지 못하고 짜부라졌다. 밀봉도 문제였다. 신발의 경우 마감이 미려할 필요는 없었지만, zine은 마감이 깔끔해야 했다. 비닐의 사이즈, 남는 공간, 드라이어 열의 강도와 방향 같은 디테일을 맞춰야 했고, 수십 번의 시도 끝에 적절한 지점을 찾아냈다. 하지만 깔끔하게 밀봉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수축랩의 강도가 약해 조금의 충격에도 기껏 포장한 비닐이 터지기 일쑤였던 것이다. 우리는 수차례 시도 끝에, 잘 포장된 『티슈』를 신줏단지 모시듯 다루어야 했다.




우리는 한정 제작한 zine의 뒤표지에 Edition No.를 남겼다. 총 제작 수량은 48부. 각자 3부씩 나눠 갖고, 교수님께 드릴 2부와 매장에 비치할 샘플 1부를 제외한 36부는 불특정한 독자와 만날 준비를 했다. 셋이서 12부씩 나누어 모든 zine에 번호를 적었다. 세 사람의 글씨체가 다른 것도 나름의 디테일이었다.



번지지 않게 바람 쐬어주기



포장 작업은 2월의 마지막 날인 28일까지 이어졌다. 겨울 방학을 꽉 채운 zine 프로젝트는 봄 내음을 맡으며, 새 학기의 종소리를 들으며 완성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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