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과 풀어감의 여정

티슈 제작기 ⑦

by sen

편에서 이어집니다


『티슈』는 ‘티슈’라는 이름과 ‘각자 10쪽을 채운다’는 규칙 외에는 아무 제약이 없었다. 제약이 없다는 건 곧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우리는 스텝마다 고민의 기로에 섰고,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히며, 때로는 잘못 선택하고 되돌아가기도 했다.


앞선 편에서는 [트레팔지]를 인쇄하다 벌어진 에피소드를 다뤘지만, 사실 그런 사소한(?) 사건·사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표지로 사용하기로 했던—티슈 제작기 ④편에서 다룬—구멍 난 [펜시홀종이]를 구매할 때 벌어진 일이었다. 표지로 그 종이를 쓰기로 결정한 뒤, 며칠 후 우리는 다시 두성인더페이퍼를 찾았다. 샘플이 아닌, 실제 인쇄용 종이를 필요한 매수만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펜시홀종이 엔티랏샤, 디자이너스칼라는 구멍 패턴 모양이 달랐다.



[펜시홀종이]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었고, 우리는 그중 다섯 개의 구멍이 모여 있는 패턴, ‘디자이너스칼라’를 표지로 사용하기로 했다. 계산대로라면 종이는 최소 30매를 구매해야 했다. 하지만 두성인더페이퍼의 디자이너스칼라 재고가 부족했다. 창고까지 박박 긁어 모아도 25장뿐이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표지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두성인더페이퍼를 재방문할 일정적 여유도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잠깐의 의논 끝에 우리는 두 패턴을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디자이너스칼라’와 ‘앤티랏샤’를 각각 15매씩 쓰는 것이다. 어떤 패턴을 쓰더라도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인상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여겼고, 오히려 표지의 작은 차이가 의외의 재미 요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있었다.






또 한 번은 제본을 맡길 때였다. 우리는 표지로 쓸 [펜시홀종이], 속표지인 [트레팔지], 『티슈』 소개 장에 사용할 [퍼스트빈티지]를 들고 인쇄소 ‘충주문화사’를 찾았다. 여기서 내지 인쇄와 함께 전체를 엮는 제본까지 마치면 제작이 마무리되는 상황이었다.


계획한 방식은 소위 ‘떡제본’이라 불리는 무선제본이었다. 제본 중 가장 기본적이고 난이도가 낮은 방법이었기에, 이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표지로 쓸 [펜시홀종이]가 문제가 되었다. 무선제본은 내지 뭉치를 표지로 감싸 중앙의 세네카 부분을 본드로 접합하는 방식인데, 구멍이 난 [펜시홀종이]를 표지로 쓰면 구멍 사이로 본드가 새어 나와 인쇄기를 엉망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난감해하던 충주문화사 직원들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구멍 난 종이를 들고 와 인쇄를 맡기려 한 게 그들에게는 꽤 우스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직원분들은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주려 했다. 이리저리 방도를 궁리하던 중, 진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펜시홀종이]를 내지로 사용하고, 바깥쪽에 가짜 표지를 덧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하면 제본이 가능했다. 제본 후 가짜 표지를 제거하면, [펜시홀종이]가 표지가 되는 것이다!




『티슈』는 이름처럼 술술 풀리다가도 변기가 막히듯 꽉 막히곤 했다. 그럴 때마다 적절한 방법으로 뚫어 주어야 했다. 지나고 나니, 하나하나 해결될 때 묘한 쾌감 같은 게 있던 것 같다. 제본까지 마무리되면 정말로 고개를 하나 넘은 셈이었다. 여정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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