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슈 제작기 ⑨
겨울 방학이 시작될 무렵 첫 삽을 뜬 『티슈』는 3월 개강에 맞춰 마무리됐다. 결국 방학을 통으로 쓴 셈이었다. 가볍게 읽을 만한 것을 가볍게 만들자고 했지만, 만드는 일은 마냥 가벼울 수 없었고— 누군가가 가볍게 읽어 줄지에도 의문이 남았다. 각 잡고 읽든, 가볍게 읽든, 결국 읽는다는 건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 공을 들이는 것. 누군가가 읽을 만한 것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zine을 만드는 일은 크게 [내용]과 [제작]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은 말 그대로 주제 의식이나 콘텐츠와 같은 알맹이고, [제작]은 그 콘텐츠를 담는 물성을 만드는 일이다. 종이를 고르는 것부터 판형, 인쇄, 제본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내용]을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긴 했지만, 예상 밖의 변수는 대부분 [제작]에서 나왔다. 실제로 목표했던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도 이 [제작] 쪽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역시 경험의 문제였다.
우선은 [내용]. sen, 진수, 현우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알맹이를 기획했다. sen은 ‘지난 여름의 기억’을 수필로 썼고, 진수는 ‘티슈’를 주제로 그래픽을 만들었다. 현우는 무언가 서투른 듯한 ‘김씨 아저씨’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해 만화를 그렸다. 세 명의 작가가 세 가지 장르를 하나의 zine에 담은 셈이다. 제작자 셋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티슈』를 보면 최소한 ‘셋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라는 사실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티슈』에는 각자의 성향이 짙게 녹아 있다.
『티슈』는 A5보다 살짝 작은 판형의 소책자 형태로, 총 48부 제작되었다. 우린 각자 3부 씩 나눠 가졌고, 1부는 촬영용으로 사용한 후 매장에 샘플로 비치했다. 2부는 국민대의 두 분 교수님께 드렸다. 남은 36부는 진수가 운영하는 Entripaper에서 판매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판매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 후에 몇 개의 매장에 소량 입정되기도 했다.
『티슈』의 시각화에 가장 공을 들인 건 아마 진수일 거다. zine의 외견 뿐만 아니라 티슈를 상징하는 그래픽도 만들었다. 상징 기호 시안들은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기엔 너무 아까웠고, 결국 최대한 다 활용하기로 했다. 진수는 『티슈』 릴리즈에 맞춰 티셔츠도 제작했다. 이 역시 성수동의 Entripaper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획부터 제작, 판매까지 진행하며 배운 것도,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가장 고민이 남는 지점은 이걸 ‘어떤 식으로 이어 나갈지’였다. 1회성 프로젝트로 남겨 둘지, 선형으로 이어지는 경험으로 만들지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우리가 대학원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석사 과정은 짧으면 4학기면 끝나 버린다. 이어 간다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티슈』는 새로운 형질을 지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