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e, Write and Read

티슈 제작기 ⑨

by sen

⑧편에서 이어집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될 무렵 첫 삽을 뜬 『티슈』는 3월 개강에 맞춰 마무리됐다. 결국 방학을 통으로 쓴 셈이었다. 가볍게 읽을 만한 것을 가볍게 만들자고 했지만, 만드는 일은 마냥 가벼울 수 없었고— 누군가가 가볍게 읽어 줄지에도 의문이 남았다. 각 잡고 읽든, 가볍게 읽든, 결국 읽는다는 건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 공을 들이는 것. 누군가가 읽을 만한 것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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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e을 만드는 일은 크게 [내용]과 [제작]으로 나눌 수 있다. [내용]은 말 그대로 주제 의식이나 콘텐츠와 같은 알맹이고, [제작]은 그 콘텐츠를 담는 물성을 만드는 일이다. 종이를 고르는 것부터 판형, 인쇄, 제본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내용]을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들긴 했지만, 예상 밖의 변수는 대부분 [제작]에서 나왔다. 실제로 목표했던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 것도 이 [제작] 쪽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역시 경험의 문제였다.


우선은 [내용]. sen, 진수, 현우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알맹이를 기획했다. sen은 ‘지난 여름의 기억’을 수필로 썼고, 진수는 ‘티슈’를 주제로 그래픽을 만들었다. 현우는 무언가 서투른 듯한 ‘김씨 아저씨’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해 만화를 그렸다. 세 명의 작가가 세 가지 장르를 하나의 zine에 담은 셈이다. 제작자 셋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티슈』를 보면 최소한 ‘셋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라는 사실쯤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티슈』에는 각자의 성향이 짙게 녹아 있다.



Frame 451.png 세 개의 장르



『티슈』는 A5보다 살짝 작은 판형의 소책자 형태로, 총 48부 제작되었다. 우린 각자 3부 씩 나눠 가졌고, 1부는 촬영용으로 사용한 후 매장에 샘플로 비치했다. 2부는 국민대의 두 분 교수님께 드렸다. 남은 36부는 진수가 운영하는 Entripaper에서 판매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판매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 후에 몇 개의 매장에 소량 입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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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의 시각화에 가장 공을 들인 건 아마 진수일 거다. zine의 외견 뿐만 아니라 티슈를 상징하는 그래픽도 만들었다. 상징 기호 시안들은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기엔 너무 아까웠고, 결국 최대한 다 활용하기로 했다. 진수는 『티슈』 릴리즈에 맞춰 티셔츠도 제작했다. 이 역시 성수동의 Entripaper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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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me 453.png Entripaper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기획부터 제작, 판매까지 진행하며 배운 것도,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가장 고민이 남는 지점은 이걸 ‘어떤 식으로 이어 나갈지’였다. 1회성 프로젝트로 남겨 둘지, 선형으로 이어지는 경험으로 만들지의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우리가 대학원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석사 과정은 짧으면 4학기면 끝나 버린다. 이어 간다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티슈』는 새로운 형질을 지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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