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직 답사기(프롤로그)

-재무직군 건설업 10년, 이후 게임/IT 3 회사 4년의 여정-

by Yun

"일 배우고 돈 많이 벌기에는 건설업이 최고야. 해외도 원없이 가볼 수 있어"


취업은 항상 작년보다 어려워지던 어느 해, 졸업을 앞두고 어느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건설업 취업은 그렇게 다가왔다. 경제학이라는 전공에 경영학부에서 배우는 회계학에 관심을
가지고 수강한 터라, 소위 대기업에서 숫자를 다루는 재무 직군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을 때였다.


어렸을 때 가족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던 나는,

세계 곳곳을 원없이 누빌 수 있다는 건설업의 매력에 입사 하기도 전부터 빠져 들었고,
공교롭게도 약 10곳 지원한 회사들 중 건설계통의 회사만 3곳 최종 합격을 하였다.

아직 사회 생활을 겪기 전임에도, 취업시장이란 곳은 구직자의 관심도가 참 정직하게 평가받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건설업에서 말하는 해외 생활은, 내가 꿈꿔왔던 해외보다는 다소 투박하면서도 거친,

약간의 낭만과 팍팍한 현실이 공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몇 년 후의 일이었다.


첫 회사는 합격한 회사들 중에서나, 업계에서나 가장 좋은 곳이었다. 동기들과의 신입사원 연수를 거쳐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 규정상 출근은 8시였으나 본부 내 모든 직원은 7시까지

출근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고, 여기에 각 부서 신입사원들은 얼마나 더 빠르게 오는지로 일종의 평판 혹은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갓 대학을 졸업한 나 또한 이러한 대결을 마다할리 없었고, 어거지로 새벽 5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정장을 착용하고 아침 첫 차에 몸을 우겨 넣으면, 회사에는 6시 30분 내외에 도착을 하였다.


불 꺼진 사무실에 처음 들어와 불을 켜는 순간의 짜릿함은 흡사 중고등학교 성적 발표때의 석차를 듣는 느낌같기도 하였고, 새로고침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확인하는 대학교의 A+학점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불을 켜고 자리에 앉아 차례로 들어오는 회사 선배들에게 인사할 때의 보람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였으나,

오후 서너시쯤 되면 쏟아지는 졸음을 쫓고자 학교 때는 한 달에 한 두 번 겨우 마셨던 커피를 몇 잔씩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부서 가고 싶어?"

"저는... 회계실에서 업무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회계에 대해서 잘 아느 사람 모르는 사람, 모두에게 가장 유명한 문장은 "회계는 기업의 언어이다" 아닐까?

학교 다니면서 접했던 분야들 중 가장 흥미를 가졌던 분야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항상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여기 일을 배우면 회사에서 꾸준히 커나갈 수 있고, 다른 분야 또한 수월하게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부서를 선택했다. 다행히 회계 부서에서도 나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셔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만 뭐든 그렇지만, 특히나 회사에서의 업무와 생활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들을 오랜 기간동안 포기하고 또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여정의 시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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