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투사를 위한 노래
나는 3 꼴통의 일원이었다. 글을 좋아하는 설, 노래를 좋아하는 규, 운동을 좋아하는 현. 오늘은 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주근깨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빼빼 말랐던 현,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운동이었다. 합기도, 유도, 이종 격투기... 운동도 하필 구기 종목보다 투기 종목을 월등히 선호했던 그였다.
그러면서도 최우수상은 도자기 만들기 대회에서 받아오던 반전의 남자였다. 확실히 손재주도 있어서 조막만 한 찰흙 한 덩어리만 던져주면 그걸로 아기자기하고 비율 좋은 악어 한 마리를 뚝딱 만들어내곤 하였다.
악어, 코브라, 표범, 사자... 이놈은 동물을 좋아해도 꼭 자기처럼 악착스러운 맹수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 뒤로 오랫동안 새 가족을 들이지 못했을 정도로 섬세한 사내이기도 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자잘한 운동 대회에는 자주 나갔었다. 그러나 이 친구가 본격적으로 링 위를 오르내렸던 때는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였다. 유도며 주짓수 같은 투기 종목을 꾸준히 단련했던 그는 언제든 돌아서서 보면 한없이 다부져 있었다.
살이 잘 붙지 않는 체질이라 체급 자체가 높지는 않았으나, 작은 체구에도 단단하게 뭉친 전신의 근육이 고스란히 그의 의지로 배어 있었다. 그렇게 그는 패배를 알면서도 곁에 두고 싶어 하지 않는 진정한 투사가 되었다.
대학생이 된 뒤로 우리는 눈 감고 하는 대학 생활에 대해 각자만의 고민을 가지게 되었다. 술 게임 중에서도 동작으로만 하는 게임은 따라 하기 힘들더라, 확실히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공감대가 없으니 여자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 주변 동기들이 나만 빼고 논다 등등...
그 속에서도 현의 고민만큼은 한결같으면서 조금 이질적이었다.
"아씨! 이번 경기에서 아깝게 졌다, 젠장!"
천성이 궁상을 거부하는 그는 자신이 고배를 마셨음을 덤덤하게 풀어놓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르겠는가? 패배감을 3으로 나누면 상실감, 허탈감, 공허함이 될 것임을, 그 셋을 더하여 쌓으면 실의에 빠지게 될 것임을...
그가 몇 번째인가의 실패를 아쉬워하던 어느 날, 우리는 여느 때처럼 모여 술을 마셨고, 3차인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주고받았다. 나와 노래를 좋아하는 규는 현을 위한 선곡을 했다.
가수 허각과 존박의 노래, My Best. 그때의 우리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가사를 직접 넣고 싶지만, 저작권을 존중해야 하는 관계로 링크만 남기고자 한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꼭 들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은 현을 위한 노래이면서 그의 오랜 친구인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응원이었다.
2025년 11월인 오늘도 확신한다. 누구보다 강한 팔과 빠른 다리를 가진 그는 언제고 링 위의 세상을 그 발아래에 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