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면
얼어버린다. 완전하지 않다 생각되면...
멈춰버린다. 불완전하다 생각되면...
완전이란 무엇일까.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벽하다는 것 말이다. 완전무결한 것이 실재할까? 둘러보면 완전에 가까운 것은 있을지 몰라도 완벽히 완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D 프린터로 뽑아낸 도형은 아주 미세하게 지글지글 불완전한 선들로 이루어져 나온다. 심지어 컴퓨터 스크린 속 흠 없는 곡선도 확대, 또 확대시켜 보면 삐쭉삐쭉 불완전한 선들이 모여 완벽해 ‘보일’ 뿐이다. 완전히 미끈한 선, 표면 하나도 그저 아이디어, 곧, 추상적인 개념 안에서만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완전하지 않은 채로, 완전하지 않은 세계에 태어나, 완전하지 않은 채로 죽는다. 그런 인간이 완전하다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모른 채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불완전한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했기에 완전함에 달하려는 욕망을 가졌었나 보다. 완벽한 신에 매달림으로 완전함이 존재한다 믿으며 그를 향해 품은 무한한 동경들을 보라. 지극히 인간적이고 불완전한 몸부림들 말이다. 악보에 그려진 음악을 완전히 쳐낼 수 없음을 알면서도, 피아니스트는 완전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기 위해 손이 아리도록 수만 번의 연습을 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의 활짓은 완전한 음악에 닿기 위한 불완전하고 필사적인 움직임이다. 이렇듯 인간은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에 이르고자 하는 애절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다다를 수 없는 완전한 그 곳에 닿기 위해 매 순간 애쓴다. 그 절실한 몸짓은 숭고하다.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 너무나도 완전에 닿고 싶으니까.
Falling Upward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위로 넘어지고 있다’는 제목을 몇 차례 되뇌이다 코가 시큰해졌다. 내게 넘어지는 것은 원래 있던 자리보다 아래로 떨어져, 완전은 커녕 원래보다 불완전해지는 상실과 좌절이다. 그런데 아파 말아, 너는 실로 ‘위’로 넘어지기에 사실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거야, 말해주고 있다. 떨어지고 넘어지는 것은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불완전한 상태에서 조금 덜 불완전함으로 상승하는 과정일 뿐이다. 어쩌면 나는 불완전함을 멈추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이와 ‘함께’ 넘어지고자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다시금 넘어지겠지만 그로 인해 원래의 불완전함을 깨고 한 단계 더 상승되어 덜 불완전해지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완전하다면 나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려 할 것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완전한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순간 불완전해질 테니까. 그렇게 정지되어서는 박제된다. 그러니 불완전하다는 것은 나의 생존에 없어서는 아니될 조건이다. 이 불완전한 조건은 내가 옴짝달싹 못하고 멈추어 있게 내버려 두는 대신, 더하고 빼며 움직임을 일으켜서 나를 살려낸다. 결국 불완전함은 끊임없는 떨림으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인 것이다. 그러니 절실히 꿈틀거리자, 쉴 새 없이. 이것이 숨이 붙어있는 나라는 인간을 존중함이며, 나를 정녕 살리는 태도이다. 완전하지 못하다 느껴질 때 더욱 더 얼어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진동하는 나를 부여안고 용기내어 넘어져보자, 내가 훨훨 날아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