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이기 꾸준한 예술가들
런던 리젠트 파크에는 매년 10월 거대한 하얀 천막이 설치된다. 수백년 된 굵고 아름다운 나무들, 찬란한 단풍 사이에서 Frieze London이 열린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있는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런던에는 살아있는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만이 소개된다. 쟁쟁한 갤러리들이 소속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나오고, 이를 사기 위해 내로라 하는 콜렉터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한 천막 아래 수백명의 작품들이 모여있다. 작가 한명의 작품들로만 이루어진 전시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다.
화려하기도, 잔잔하기도,
어렵기도, 쉽기도,
황당하기도, 볼썽사납기도,
밝기도, 어둡기도,
진지하기도, 우습기도 한 작품들이 모두 제각각이다.
미술가 수백명이 저마다의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각자가 너무도 당당해서 경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서로 다를 뿐, 각각의 우주이다.
이 사람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떤 길을 거쳤을까. 그것은 어떤 여정이었을까. 모르겠고 외롭고 의심스러워 쭈그러드는 시간들도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 다다른 이 사람들...
자기 모양을 궁금해 하고 자기 생김을 드러낸 이들,
자기 색을 들여다보고 자기 소리에 용기낸 이들,
자기 결을 쓰다듬고 자기 에너지를 길러낸 이들.
자기로 꾸준한 이 사람들을 온 세계가 궁금해 바라보고 고마워한다.
충분히, 확실히, 자기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