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로 인한 발치
어제 어금니를 빼는 수술을 했다. 앓던 이가 빠져서 시원하다는 말이 실감 나는 발치였다.
빠진 이를 의사가 보여준다. 치아는 아주 튼튼하고 멀쩡하게 생겼다. 뿌리도 튼튼해 보이고 하나도 썩지 않은 건강한 모습이라 살짝 아쉬웠다. 그럼 왜? 의사의 말로는 나무는 튼튼해도 땅이 좋지 않아서 라고 한다. 잇몸이 말썽이라는 말이다. 당뇨도 없고 치주질환도 없다. 그럼? 그냥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답이다.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잇몸이 공격받을 수 있고 염증이 길어지면 치아의 뼈를 공격해서 삭게 한다는 거다.
잇몸이 붓고 아프기 시작한 것은 꽤 되었다. 작년 여름에 갑자기 올케언니가 죽었을 때부터다. 통탄에서 일산 탄현까지 운전을 해 가고, 잠을 잘 못 자고, 잘 먹지 못 하면서 강의도 빠짐없이 했다. 장례가 끝나고는 갑자기 혼자가 된 오빠를 챙긴답시고 탄현으로 달려갔었다. 나름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이 보상은커녕 원한으로 돌아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양쪽 잇몸이 다 부어 버렸었다. 결과는 묵은 감정을 서로 씻어내지 못하고 평소보다 더 못 한 사이가 되었다. 몸과 마음이 최악의 상태가 제법 지속되었다. 그때 바로 치과를 갔으면 달라졌을까? 그 이후로 피곤하면 잇몸이 부었다. 그때마다 약국에서 소염진통제를 사서 먹으며 견디었다.
작년 말 나라의 건강검진 때 치과에서 건성으로 의사가 흔들리는 치아가 세 개 있다면서 이건 치료해야 한다라는 소견을 써 주었다. 발치의 비극으로 끝나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라도 그 치과를 갔어야 했나 보다. 그 후 일 년 동안 과로가 되면 염증은 계속되고 그 염증의 공격으로 치근은 점점 사라져 간 거다. 무지(無知)가 부른 화(禍)다. 옛날 속담에 이가 자식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던데 정말 실감하는 순간이다. 임플란트는 가격이 걱정되어 살짝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치근이 없으면 시술 자체를 할 수 없단다. 오호, 통제라! 가난한 자의 말로다. 임플란트 하라고 할까 봐 치과 가기를 두려워했건만 이젠 사정을 해도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니...
지나간 일은 잊어야겠지만 원인을 알고 다시는 이런 결과가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다. 과로하지 않고, 잠을 푹 자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그게 가능한 인생이 아니니 이런 일은 또 벌어질 것이 뻔하다. 일본 속담에 ‘가난한 자 틈이 안 난다’라는 것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하는 나는 과로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더욱 작가를 꿈꾸는지도 모른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